마루
6418文字
Public ncp
 

천체관측

260628 타입문 통합 배포전 착목설계기도 신간 샘플



2014년, 칼데아에서




마슈 키리에라이트에게는 최근 들어 고민이 하나 있다. 지금도 눈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고민거리를 보며 마슈는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발단은 이렇다. 평소와 같이 A팀으로서 훈련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 마슈는 언제나 그랬듯이 가장 뒤에서 팀원들을 따라가는 중이었다. 다른 7명으로부터 두세 걸음 뒤. 그것이 마슈가 가장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그들과의 거리였다.

시작은 마슈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잠시 고개를 떨궜을 때 일어났다. 꿈틀. ……꿈틀? 마슈는 바닥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건 그림자였다. 바닥에 사람 모양으로 만들어진 그림자가 조금씩 흔들리는가 싶더니 크게 일그러지며 흉측한 형상을 이루었다.

마슈는 다른 사람의 일에 그다지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이었다. 따라서 어지간한 일에는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 그렇구나. 대부분은 그런 식으로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슈라고 해도 호러에 면역이 있지는 않았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갑자기 그림자가 요동치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는 뜻이다.

앞서가던 7명은 갑자기 들린 비명에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비명을 지른 사람이 다름 아닌 마슈라는 것을 그들이 파악했을 때, 그림자는 원래대로 돌아간 뒤였다. 그리고 마슈는 그림자로부터 이어진 사람의 발과 다리와 그 몸을 따라 올라가면 보이는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건 같은 A팀의 일원인 데이비트 젬 보이드였다.

처음에 마슈는 당연히 자신이 잘못 본 것으로 여겼다. 그림자가 움직인다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슈가 지닌 지식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서, 마술뿐만 아니라 과학 분야에도 매우 박식하다. 그림자란 빛이 통과하지 못하는 물체에 의해 생기는 어두운 영역을 뜻한다. 그러므로 그림자의 모양은 빛을 가리는 물체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그림자는 사람과 같은 모양을 해야 마땅했다. 평소 데이비트의 그림자는 당연하게도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날 마슈가 본 것은 단언컨대 사람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무언가였다. 비슷한 형태를 찾는다면 문어 해파리 하여튼 연체동물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뒤로 마슈는 남몰래 데이비트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그림자를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다만 그렇게 해서 알아낸 것이라곤, 선명한 그림자가 생기기엔 칼데아의 조명은 지나치게 밝은 편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중 사건은 벌어졌다. 그림자가 사라진 것이다. 물론 사라진 것은 데이비트 단 한 사람의 그림자였다.

마슈는 이 일을 누구에게 의논하면 좋을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의료팀의 리더이자 자신의 오랜 멘토인 로마니 아키만이었다. 그러나 마슈는 로마니보다 먼저 이 사실을 전해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저기, 데이비트 씨.”

그리하여 그림자가 사라진 것을 깨달은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데이비트에게 마슈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때 마슈는 놀랍게도 자신이 데이비트에게 처음으로 말을 거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서 사실을 따지고 들자면 애초에 마슈가 A팀 멤버들에게 먼저 말을 건 횟수는 손에 꼽을 만큼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사소한 진실에 불과하다.

“그, 그림자 말인데요.”

마슈가 거기까지밖에 말하지 않았음에도 데이비트는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듯 먼저 말을 이어갔다.

“너무 빨랐거나, 뒤처진 것이겠지.”

그렇게 말한 뒤 데이비트는 용건이 끝났는지 가던 길을 가버리고 말았다. 홀로 남겨진 마슈는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여 한동안 데이비트가 남긴 말을 곱씹을 뿐이었다. 빠르거나 뒤처졌다는 건 누굴 말하는 걸까? 설마 그림자인가? 그것도 아니면 데이비트 본인일까?

그런 대화가 오고 간 뒤에도 데이비트의 그림자는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습관처럼 다른 팀원들의 발밑을 살피게 된 마슈는 다른 그림자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에 안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마찬가지로 그림자는 발끝에서 이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