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아 취향은 좀 극단적이네.”
“그래 보여?”
“다 죽는 내용 아니면 귀여운 마법 소녀나 아이돌 물이잖아.”
“으흐흐.”
옥상의 옥탑방을 겨우 아지트로 삼고, 석양을 배경 삼아서 ‘걔네들’ 희롱 퍼포먼스를 하다 보면 마치 고교 시절 수학여행처럼 그저 철부지같이 즐거워질 때도 있는 법이다.
원래 이렇게 로맨틱하게 석양이 질 무렵에 세계가 멸망하거든.
아미아는 어쩐지 후련한 얼굴로 무시무시한 업계 비밀을 알려준다.
처음 만났을 때 자기 집 거실에 마네킹처럼 누워있던 아미아. 도둑이 들어와도 무사태평하게 날 죽여다오 하며 가만히 기다리던 아미아. 죽고 싶어 환장했냐는 말에 어떤 것 같냐고 되묻던 아미아. 그리고 지금 이렇게 석양을 배경 삼아 세계 멸망의 비밀을 보여주는 아미아. 시노노메는 아미아야말로 이 세계에서 죽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생존의 감각도 없이 그저 공중에 붕붕 떠서 세상을 부감하는 아미아야말로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얽매이는 게 없으니까. 거리낄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날 밤에는 ‘걔네들’에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아미아가 드디어 ‘걔네들’의 실물을 직접 봤기 때문이다. 골반에 비해 흉통이 비대하게 크고 넓은데 속이 텅 비어 있는 걔네들. 살도 피도 없이 뼈만으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걔네들. 그마저도 화분 같은 걸 던지면 너무 쉽게 부서지는 걔네들.
“쿠키가 좋아.”
“개냐?”
“갈빗대가, 잘 부스러지잖아. 쿠키가 아니면 비스킷도 괜찮아.”
“너 취향 진짜 독특한 거 맞네…….”
비스킷은 세 글자고 쿠키는 두 글자니까, 쿠키로 결정되었다.
아미아의 단점이라고 하면, 호불호가 명확한 거라고 할까.
인간과 곤충과 들짐승의 절묘한 배합으로 만들어진 저 괴물에게 쿠키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무엇보다 어감이 귀엽기 때문이다.
아미아는 못생긴 것, 귀찮은 것, 아픈 것을 죽도록 싫어했다. 잠깐도 참기 싫다고.
쿠키들은 못생겨서 싫다고 한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물티슈로 얼굴을 닦지 않으면 얼굴에 못생김이 그대로 묻으니까 싫다고 한다. (덕분에 시내에 들어오면 드럭스토어부터 찾는 게 일이다) 전력 질주를 하면 땀이 많이 나고 얼굴이 못생겨지는 데다가, 뛰는 것도 귀찮으니 싫다고 한다. (요령과 운이 좋아서 아직은 쿠키들에 급박하게 쫓겨 다닐 일이 없다) 아픈 것은 죽도록 싫은데, 천만다행으로 아직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반대로 귀여운 것, 귀여운 것, 귀여운 것은 죽도록 좋아했다.
입고 있는 데님도 프릴이 귀여우니까 합격. 알루미늄 배트를 고른 것도 지금 입은 블루종에 트윈테일을 하면 무슨 코믹스 캐릭터 (이름이 기억 안 난다) 코스프레를 할 수 있어서. 그리고 또 뭐더라.
아무튼 똑같이 편의점을 털어도 시노노메는 다급하게 초콜릿바와 생수를 쓸어 담는데 아미아는 민트 캔디를 고르는 편이었다. 드럭스토어에서는 하루에 한 번씩 드라이 샴푸에 바디퍼퓸을 찾았다. 시노노메는 그 모든 행위에 유난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미아가 아니면 또 어디서 이 재난 상황에 드라이 샴푸로나마 위생을 챙길 수 있겠나 싶다. 매일매일 이런 일상적인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미아니까 가능한 거다.
딸기잼 같은 립글로스를 펴 바르고 금붕어처럼 입술을 뻐끔거리는 아미아 옆에서 시노노메도 드라이 샴푸 한 통을 머리에 다 뿌렸다.
“유난인 것 같아?”
“아니. 딱히……. 너 같은 사람 많이 봤어.”
우리 누나랑 하는 짓이 똑같다는 말은 안 한다. 아미아는 헤에, 하고 히죽 웃기만 하고 더 묻지 않는다. 시노노메는 거기에 말을 보태지 않고 멋대로 하라고 내버려둔다.
호불호가 확실한 아미아는 본인이 하기 싫은 건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천만다행으로 아미아가 하기 싫은 것 대부분은 시노노메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반면 아미아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두면 시노노메도 옆에서 약간의 낙수효과를 본다.
쿠키를 따돌리는 데 성공했을 때. 편의점에서 먹고 싶었던 걸 찾았을 때. 자판기에서 음료 꺼내는 데 성공했을 때. 그리고 가끔은 석양을 배경 삼아서. 아미아는 브이 포즈를 취했다. 브이 자를 거꾸로 뒤집고 팔을 쭈욱 뻗어서.
“역시 나는 똑똑하고 지혜롭고 유능하다니까. 아키토 군은 오늘도 내 덕을 톡톡히 봤네.”
동공이 잔뜩 확장된 고양이처럼 눈을 새빨갛게 번뜩번뜩하고서. 그건 석양의 붉은 조명 아래 있으면서 더욱 이질적으로 번뜩번뜩한다.
시노노메는 아미아와 똑같이 브이 자를 거꾸로 뒤집고 팔을 쭈욱 뻗는다. A 모 씨와 A 모 씨 두 명. 그래서 더블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