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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ple) 마호야쿠 올캐러북

10디페 마호야쿠 쁘띠전 발간




샘플


“그러니까, 만약에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야.”
“뭐어?”

이번에는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 오웬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무서운 뱀을 싫어하는 기사님보다는야 하찮고 천대받는 보잘것없는 벌레를 싫어하는 기사님이 좀 더 재미있다. 그 천하 제일의 기사님도 벌레 한 마리에 쩔쩔 맬 수 있다니. 그야말로 쌤통이다. 카인에게 오웬은 눈알을 빼앗아 갔으니 싫은 녀석이다. 그런데 그 싫은 녀석이 하물며 바퀴벌레로 변해버린다면……. 오웬은 카인의 대답을 기다리며 푸딩을 크게 떠서 한 번에 털어넣었다.

그러나 천하 제일의 기사님은 북쪽의 무서운 마법사 앞에서도 지지 않는다.

“너, 설마 저주 받았어?”
―――?!”

두 사람 사이에 있던 카페테라스 테이블이 휘청거리고, 카인이 앉아있던 의자는 옆으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기사님은 오웬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오웬은 푸딩을 방어하는 데 실패했다. 3분의 1정도 남아있던 푸딩이 접시 밖으로 밀려나서 못 먹게 되었다. 오웬은 부글부글 화가 끓었다. 그런데 오웬의 화가 부글부글 끓는 것 보다도, 기사님의 쓸데없이 거창한 긴장과 각오가 더 부글부글 끓어서, 화를 낼 타이밍을 놓쳤다.

“어떻게 된 거야, 오웬!”
……좀 닥쳐.”

테라스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이쪽으로 몰리고 있었다. 분명 카인을 괴롭혀주려고 시작한 거였는데 어째 이 쪽이 역으로 당한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험상궂은 오웬의 말에도 카인은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이건 진짜 큰일인데. 언제 바퀴벌레가 되는 거야?”
…….”
“아니, 이미 당한거야? 그럼 지금 너는 어떻게 나와 대화 중인거지?”
…….”
“아니면 벌써 혼자서 해주에 성공한 건가?”
……기사님, 진짜 시끄러워 죽겠으니까 제발 입 좀 다물어.”
“오웬, 지금 그걸 따질 상황이 아니잖아!”
“저주같은 거 안 걸렸다고!”

바보 기사님한테 바보의 기운이 옮아서, 오웬도 바보처럼 꽥 소리를 지른다. 이제는 가게의 종업원들까지도 두 사람을 쳐다본다. 카인은 본인 눈에 그게 안 보이니까 천하태평이다. 수치심은 전부 오웬의 몫이고.

“뭘 봐, 구경 났어?”

오웬은 구둣소리를 크게 내면서 척척 가게 밖으로 사라졌다.


카인이 들려준 이야기는 여기까지.

……도무지 그 질문의 저의를 모르겠단 말이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끙 앓는 소리를 내는 카인과 달리 히스클리프의 얼굴에는 얕은 수심이 어렸다가 사라진다. 현자 같은 경우 둘 중 어느 쪽이냐 하면, 아무래도 히스클리프 쪽에 가깝다. 카인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무척 섬세하지만 가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상상력이 부족할 때가 있다. 그건 카인의 타고난 기질이 그런 것이고 결코 그의 잘못이 아니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탓에 가끔 이렇게 낭패를 보는 일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오웬이 저주에 걸린 건 아니었다니 다행이네요.”
“그건 그렇지. 그런데 왜 하필 그런 무서운 가정을 한 걸까?”

카인에게는 뱀으로 변신한 오웬보다 바퀴벌레로 변신한 오웬이 더 어려운 모양이었다. 뱀으로 변신한 오웬은 카인을 괴롭힐 수 있지만, 바퀴벌레로 변해 봐야 카인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으니까. 카인으로서는 바퀴벌레로 변신하는 오웬의 의중을 더 파악하기 어려울 만도 할 것이다.

“나라면…….”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히스클리프가 입을 열었다.

“나라면 좀 무서울 것 같아.”

현자는 그야 그렇겠죠, 라고 즉답하려던 걸 겨우 참았다. 히스클리프는 카인만큼이나 성실하면서 카인보다는 그 감정의 결이 얇고 촘촘하다. 뜻 많고 정 많고 섬세한 히스클리프가 제 목소리를 내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다. 카인도 히스클리프가 이을 말을 기다렸다.

“오웬이 바퀴벌레로 변했다는 걸 내가 알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바퀴벌레가 오웬이라는 걸 못 알아 보면 어떻게 해? 그러다가 실수로 내가 해치거나 밟아 죽이거나 한다면?”
“아아……. 과연, 그런 위험 부담도 있겠군.”
“그렇네요. 그럴 수도 있겠어요.”
“마력으로 감지한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솔직히 내가 파우스트 선생님도 아니고 그런 저주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진 않아.”
“그러게요. 파우스트라면 저주에 능통하니까…….”

마법관 내에는 연륜 있는 베테랑 마법사가 많아서 다행이다.

“오웬이 바퀴벌레가 된다면 곤란하지. 전력 손실이 꽤 크잖아.”

이렇게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카인도 기사로서는 꽤나 베테랑이고 연륜이 넘친다. 과연 일국의 기사단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남자다. 그 지위와 명성은 저절로 얻은 것이 아님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확실히 그렇네요. 오웬 정도 되는 마법사가 전투 불능 상태가 되면 곤란하죠.”
“북쪽의 마법사들이 전투에 임하는 자세는 언제나 내 상상 이상으로 진지하고 본격적이구나. 그 녀석을 따라 잡으려면 아직 한참 먼 것 같아…….”
“아하하, 나도 다음 수업 때 파우스트 선생님께 질문할 거리가 생겼네.”
“저주에 대한 거?”
“응.”
“좋아. 그럼 나도 내일 모의 훈련 때 이 안건을 들고 가 봐야겠어.”

어쩐지 바퀴벌레보다는 저주와 전투불능 상태 쪽으로 주제가 바뀐 것 같지만, 아무래도 괜찮을 것 같다. 오늘의 바퀴벌레 이슈는 일단 이렇게 일단락 되는 것 같았다.

……일단락 되는 것은 좋았는데. 정말 거기까지만이었다.



(중략)



“그럼 멀쩡한 하늘에서 갑자기 폭우랑 우박이 동시에 떨어지는데, 오즈의 짓이 아니면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한심한 현자님. 아직도 상황 파악이 덜 되었구나. 이정도로 느려터졌으면서 잘도…….”
“어이, 그 쯤 하지. 날씨가 구려서 네 기분이 나쁜 걸 왜 남의 탓으로 돌리고 분풀이 하는 거야?”
날씨 때문에 잔뜩 골이 난 오웬은 혀를 찼다. 그리고 제지하는 브래들리를 노려본다.
“뭐야, 너도 배에 구멍 뚫리고 싶어?”
“귀찮아 죽겠군.”

아침부터 혼자서 허공에 벼락을 내리는 오즈, 비가 온다는 핑계로 허공에 대고 시비를 털고 다니는 오웬, 그리고 방금 브래들리의 패배로 끝난 게임. 브래들리는 손에 쥐고 있던 남은 패를 테이블에 던지고 두 손 들었다. 그리고 현자 쪽으로 주제를 바꿔 떠넘긴다.

“어이 현자, 오즈한테 안 가? 지금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개판이 난 것 같은데.”
“아, 그렇죠. 가 봐야죠.”

오즈는 중앙의 마법사들에게야 자애로운 선생이지만 북쪽 마법사들에게는 단단히 이골이 난 마왕의 이름이다. 지금의 오즈와 잘 매치가 되지는 않지만 역사서에 기록된 그 무시무시한 파괴의 마왕이라는 이름을 현자도 모르지는 않았다. 오늘 중앙의 마법 수업은 탑 밑의 공터에서 한다고 했으니 그 쪽으로 가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쌍둥이는 현자의 요청에 흔쾌히 승낙하며 동행했다.

중앙의 수업 장소에 도착해보니, 이미 동쪽의 마법사들이 먼저 도착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히스클리프의 설명에 따르면, 원인은 역시 오즈의 동요가 맞았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고. 동요의 원인에 하필이면 바퀴벌레가 있어서. 히스클리프는 카인과 현자와 함께 바퀴벌레 논쟁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오즈는 지금 ‘만약 아서가 바퀴벌레로 변한다면’ 을 생각하다가 이 난리까지 왔다는 거다. 그리고 히스클리프는 그에 죄책감을 느끼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해프닝은 시노가 아서를 데리고 오면서 겨우 끝났다. 오즈의 동요를 가라앉히는 아서의 대답이 걸작이었는데.




(중략)



“그러니까……. 아서는 지금 <만약 현자의 마법사 동료가 바퀴벌레로 변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회의하고 싶다는 거 맞죠?”
“그렇습니다.”

오늘 치의 일지 작성을 끝내고 이제 한 숨 돌릴까 싶었는데 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현자님, 혹시 방해되었을까요? 잠옷 차림으로 찾아온 아서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솔직히 지금 막 쉬려던 참이었지만, 어리고 순한 눈이 깜박이며 저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다! 철야도 가능합니다!’하고 외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진짜 철야는 힘들지만)

아서가 꺼낸 이야기는 다름 아닌 문제의 바퀴벌레 토론. 마시멜로를 동동 띄운 핫초코와 상당히 언밸런스한 대화 주제지만 크게 괘념치 않기로 한다. 아서의 말인즉슨, 세계 최강의 마법사 오즈 조차도 동요시킬 만큼 무시무시한 가정이었으니 한 번 쯤은 다들 대비책으로 생각해 볼 법 하다는 것이다. 하기사 <거대한 재앙>은 사람을 짐승으로도 만들고, 아예 다른 인격의 사람으로도 만들어버리는데 바퀴벌레로 변하는 저주도 없지 않을 것이다. 현자에게는 너무 익숙한 나머지 진지하게 토론거리로 삼기에 다소 황당한 주제 선정이지만, 이 세계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본래라면 사람이 갑자기 바퀴벌레가 되는 일 따위 절대 일어나지 않지만 마법사의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그 상상 이상으로 더 한 일이 펼쳐지니까. 사람이 새로 변하고 개나 고양이, 심지어 마수로 변할 수도 있다. 바퀴벌레는 발상의 독특함 문제이지 사람이 변신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가정도 아니다.

알겠노라 했더니,아서는 빙그레 웃으면서 내일 의뢰 업무 분장 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현자님의 동의도 있으니 지체할 이유가 없겠죠. 어서 방으로 돌아가서 내일의 회의 준비를 해야겠어요.” 그리고 달콤하게 인사로 마무리했다. “그럼 현자님……. 부디 평안한 밤 되시기를.” 중앙의 왕자님께서는 순식간에 밤에 찾아와 순식간에 안건을 올리고 순식간에 동의를 받고는 순식간에 돌아갔다. 현자는 생각했다. 마법사는 정말 태어나는 것이 맞구나. 별다른 마법을 쓰지 않아도 이렇게 쉽게 사람을 움직일 수 있구나. 탑 꼭대기에 무지개를 걸어놓은 오즈의 마음을 현자는 십 분 이해하고야 만다. 나에겐 무지개를 걸 능력이 없으니까, 그 무지개 사진을 찍어서 인화해 두고 지갑 속에 부적 삼아 넣고 싶다. 뭐 그런 것…….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서나 현자가 운을 띄울 필요도 없이, 식당에 이미 누가 바퀴벌레 이야기를 풀어놓은 듯 했다.

먼저 입을 연 건 무르.

“왜 하필 바퀴벌레일까? 그런데 바퀴벌레라면 조그맣게 바닥을 볼볼 기어다니는 거? 아니면 왕창 커서 붕붕 날아다니는 거?”
“무르, 식사 시간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 못 써요.”

샤일록의 말에 맞장구 치듯이 오믈렛 접시가 식탁 앞으로 날아들었다. 네로도 옆에서 한 소리 보탠다.

“아침부터 웬 바퀴벌레 타령이야?”
“하하, 어제 히스클리프한테서 들었지. 만약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이었던가.”
“농담 치고 고약하네…….”

한편 뒤에서는 미스라와 오웬이 옥신각신하면서 입장한다.

“당신이 괜히 오즈의 신경을 긁어서 제 낮잠이 달아난 거라고요.”
“하아? 오즈한테 말한 건 내가 아닌데도.”
“카인이 그러던데요. 당신한테 들었다고.”
“그래? 그럼……. 좋아, 내가 했어. 기사님을 괴롭혀주려던 게 오즈한테까지 넘어갔다니 통쾌하네. 기념으로 널 바퀴벌레로 만들어줄까.”
“두 분 다 아침 식탁에서 바퀴벌레 이야기 하는 건 그만 둬 주세요…….”
“싫어.”
“싫습니다.”

네로가 한 번 더 오믈렛 접시를 날려보냈지만 이번에는 입 막음을 하는 데 실패했다.

마법사들이 한 두 명씩 모이니까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도 그런 쪽으로 흘러갔다. 서쪽 마법사들은 식탁에서 벌레 이야기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 보이는 한편 동쪽은 불편한 티를 숨기지 못했다. 중앙과 북쪽은 ‘그러니까 그런 저주에 당하지 않도록 단련해야 한다’는 일치점을 찾은 듯했다. 한편 남쪽에서는, 바퀴벌레가 된 동료를 돌보는 법이라는, 현자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본래의 질문 의도와 가까운 주제가 흘러나왔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래도 역시, 식사 시간에 벌레 이야기는 자제해 주시면 안 될까요…….”

하필이면 오늘의 식사 빵도 건포도가 들어있는 것이다. 몇몇 마법사도 현자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불편함을 호소하였으며 네로는 오늘의 메뉴 선정을 후회했다. 현자는 그런 네로를 위로하면서 가급적 한 입에 건포도 빵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