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레아시스
2024-03-09 23:12:25
11159文字
Public
 

설득에는 당위와 진심을 한 움큼씩

데이테스. 현대 AU. 전직 프로파일러이자 장난감가게 주인인 야야우키 테테오칸을 전 직장동료인 데이비트가 찾아오는 이야기.
수사드라마의 프리퀄 같은 느낌을 의도했습니다. 이스칼리, 라이헨바흐 숙적, 크립터들이 조금 등장하거나 언급됩니다.
데이테스 원드로원라이 @Dt_od_ow 참가작입니다. 주제 '카프리셔스', '열대야'를 빌렸습니다.

가게 준비실에 갖다둔 소파에서 낮잠을 청하고 있을 때 스마트폰의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의 알림이 울렸다. 발신자는 최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조카였다.

[삼촌]
[삼촌 그 사람 또 왔어요]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끌어당겨 답신을 보냈다.

[어떤 ‘그 사람’?]
[보이드 씨]
“으.”

육성으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조금 고민하다가 답신을 보냈다.

[평소처럼 방치해 폐점까지 2시간인데 지가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가겠지]
[그게요 그 사람이 이번엔 뭘 구입을 해가지고]
[뭔데]

답변 대신 사진이 날아왔다. 계산대에 놓여 있는 5년 전 출시된 어린이용 완구의 어른용 복각판을 보고 육성으로 신음했다. 가게에 가끔 방문하는 마니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충동적으로 들여놓았는데 찾는 사람이 없어서 몇 년째 가게 한구석에서 먼지를 맞으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물건이다. 사회초년생 월급의 십 분의 일보다 비싼 물건이다.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1분 정도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하다가 배에 힘을 줘서 벌떡 일어났다. 담요 대신 덮고 있던 저지를 다시 입으면서 답장을 썼다.

[내려갈게. 창고에 있으라고 해]

되도록 느리게 저지 지퍼를 올리고 스니커즈를 신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노란색에 녹색이 섞인 편안한 느낌의 조명 밑에 진열된 눈에 잘 띄는 색으로 칠한 세발자전거, 사랑스러운 모양으로 조형된 주무르면서 촉감을 즐기는 덩어리, 털 결이 좋은 동물 인형, 어린이와 어른의 지갑을 공평하게 터는 트레이딩 카드, 특수촬영물 등장인물의 변신 아이템 등등을 지나 가게 창고의 문을 열었다. 보이스웨어처럼 깔끔한 느낌이 드는 목소리가 나를 맞이했다.

“오랜만이다.”

손님은 상반신에는 어두운 색 긴팔 셔츠를 입은 뒤 넥타이를 하고 베스트를 걸쳐입고 하반신에는 카고바지와 워커라는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복장으로 가게에 비해 냉방을 조금 약하게 틀어둬서 공기가 좁은 공간에 고여 대형 포유동물의 뱃속 같다는 착각이 드는 가게 창고의 소형 인형이 보관된 선반 앞에 서 있었다. 덧붙여, 지금은 8월이다.

“너 계절감각 없는 거 아니냐?”
“나는 이게 더 편해.”
“정말?”

손님은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어처구니없는 기분으로 손님을 바라보다가 그냥 낮은 사다리 위에 앉았다. 밀짚 같은 더티 블론드 아래에 무표정. 수심이 깊은 고인 물 같은 느낌의 보라색 눈동자는 바라봐지는 입장에서는 꿰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랫동안 눈을 마주치고 있기 좀 힘든 용모라는 뜻이다. 일반인이라면 사람 사귀기 쉽지 않겠지만 이 녀석의 직업은 범죄행동분석관이므로 직업을 들은 시점에 한 번 진입장벽을 거치기 때문에 그 진입장벽을 거쳐 이 녀석과 오랫동안 교제하기를 택할 경우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되도록 자연스럽고 저치와 나 둘 모두에게 껄끄럽지 않은 화제를 고르느라 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하다 보니 손님이 먼저 물었다.

“장사는 잘 되나?”
“그냥저냥. 가게 자리도 잘 잡았고, 나는 센스도 감각도 좋으니까.”
“그런 것치고 안 팔리는 물건도 꽤 있는 것 같던데.”

손님이 자기 발치에 놓여 있는 재생 용지로 된 쇼핑백을 발로 툭 쳤다. 귀엽다는 평은 거의 못 듣고 있는 재규어 모양 마스코트 밑에 Tezcatlipoca TOYS라고 적혀 있다. 안에는 세월의 경과 때문에 패키지에 인쇄된 그림의 색소가 좀 날아간 몇 년 전 나온 한정판 완구가 들어있을 것이다.
선반 옆에 놓여있던 사다리보다는 발받침대에 가까운 2단 사다리의 발판 위에 앉아서 표정을 구기고 투덜거리는 말투로 되물었다.

“역시 일부러 한 짓이었구만? 하는 생각이 더럽구나, 자본주의의 총아여.”
“이스칼리 군한테 사진 찍어서 보내 달라고 부탁했지. 당신은 뭔가 주고받는 일에는 빈틈이 없으니까.”
“누가 ‘이스칼리 군’ 이야. 그보다 그거, 너 월급 올랐어도 꽤 부담스러운 가격일 텐데?”
“작정하고 누군가를 피해 다니는 당신을 사생활침해로 고소당할 염려 없이 찾아내는 것보단 싸게 먹히지. 선배.”

나는 대놓고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알기로 손님은 그런 걸 신경 쓰는 성품이 아니었다. 내가 이 녀석을 처음 봤을 때는 자기 감정반응을 숨기는 기술엔 약해서 나름대로 속내를 읽기가 편했는데 지금은 경험치가 늘었는지 표정 변화도 없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홈즈 씨가 행방불명이다.”
“걘 가끔 잠수했다가 뭔가 이상한 사고를 치고 범인을 데리고 돌아와서 수습을 부탁하는 몹쓸 버릇이 있었지. 나 있을 때도 최장 3개월간 사라졌던 적 있으니까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
“1년이 넘었어.”
“뭐?”

셜록 홈즈는 내가 처음으로 행동분석팀에 들어갔을 때도 고참 취급을 받던 존재였다. 팀 설립에 기여한 유명인에 나이도 많은 팀원과 견원지간이라서 툭하면 투닥거리고 가끔 말없이 잠수를 타기도 했지만 잠수하는 버릇만 고친다면 무난하게 다음 팀 치프가 될 거라고 점치던 존재였다. 타인의 속내와 행동양식을 분석하는 것으로 먹고사는 이들 특유의 남을 관찰하고 남의 행동양식을 짐작하는 직업병은 팀의 동료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4년 전의 나는 셜록 홈즈라는 인간이 이 일을 그만둘 경우 공적인 방식의 보고를 제대로 하고 나서야 자취를 감출 성격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손님이 발언을 재개했다.

“현 단계에선 자세한 이야기는 해줄 수 없어. 어쨌든, 지금 보다임 치프와 상층부는 홈즈 씨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팀에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잠깐. 보다임 녀석이 치프야? 진짜로?”
“모리어티 교수가 고사해서.”

전 직장의 기밀에 속하지는 않겠지만 알려지면 곤란할 정보들이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무조건반사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침에 거울 앞에서 모양을 잘 잡아서 묶은 머리모양이 다 망가졌다. 손님은 내 다리를 슥 곁눈질했다. 8월이었다. 나는 녹색 저지와 한 세트인 통기성이 좋은 재질의 반바지를 입고 있으므로 손님의 시선 끝에는 유광코팅된 검은색 의족이 창고에 달린 형광등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나는 딱히 의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다니는 편이었다. 4년 전에도 지금도.
손님은 내 발치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4년 전에 폭발로 잃은 다리를 관찰하는 건지 내 눈길을 피하는 건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처음 여기 찾아왔을 때, 선배가 나올 기미가 없겠다 싶어서 그냥 가게만 구경하고 돌아갔었어.”
“네가 나가질 않아서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고. 냉장고에 있는 것만 갖고 점심을 때웠어. 이 양심 없는 자식아.”
“가게 구석구석에서 선배가 이 공간을 즐겁게 꾸몄고, 남이 즐겁게 느끼기를 바라고 있는 게 느껴졌어. 어릴 때 가정환경이 별로라 장난감 가지고 놀 일이 없었다는 얘기가 진심인가 거짓말인가 반신반의했는데 진짜였군.”
“넌 그걸 말로 해야겠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으로는 꽤 기가 질려 있었다. 이 녀석이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 녀석이랑 같이 대형 마트에 탐문 간 적이 있는데 장난감 코너를 볼 때 지나가듯이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징그러운 기억력이다. 관심 없는 것은 빠르게 잊지만 자기 관심사에 대해서는 절대로 잊지 않는다.
손님은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복귀해 줘.”
“거절한다.”
“선배. 아니, 야야우키 테테오칸.”
“난 지금 충분히 행복하고, 범죄현장 사진이나 살아 있는 테러범이나 시리얼킬러랑 대화하는 생활은 이제 지긋지긋해. 너도 이해할 거 아냐.”
“그건 여기 처음 왔을 때도 여기 오기 전에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우리는 절실하게 당신이 필요하다. 팀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인력부족이야.”
“우리, 그래, 우리 좋지. 전국의 선량한 시민들을 위해, 팀원 모두가 전국의 범죄와 직무와 정신적 상해에 깔려 죽지 않기 위해서 내가 팀에서 제일 곤란하게 여길 사람을 보내서 설득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손님은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5년 전의 크리스마스 이브, 미안하지만 네 마음은 받아줄 수 없다고 말했을 때와 비슷한 표정이라 몹시 곤란한 기분이었다.
키리슈타리아 보다임이란 녀석은 멀리서 보면 얼음장 같은 인간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허당에 호인인 것으로 직장과 협업자들 사이에서 유명했지만, 일할 때는 멀리서 보았을 때의 인상이 옳다는 것을 그 온몸으로 증명하는 존재였다. 그치는 정이 많지만 맺고 끊기가 확실하고 냉철하다. 아마 고확률로 나의 이런 감정반응을 노리고 이 녀석을 보냈을,

“아니. 내가 당신을 설득하러 가겠다고 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타인의 사고에 끼어든다. 기분이 언짢은 것을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네 호인 기질은 고쳐지질 않는구나, 데이비트 젬 보이드.”
“그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근무환경을 위해서이기도 하니까.”
“정직한 것도 여전하고.”
“나는 선배가 호인인 걸 알고 있으니까.”
“과대평가야.”
“그렇지도 않은 것 같던데.”

행동분석팀 근무 6년을 맞이한 범죄행동분석관 데이비트 젬 보이드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문득 굉장히 크게 낭패한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간단하게 웃는 녀석이 아니다. 다행히 데이비트는 그치의 성격답게 내가 묻기 전에 대답해 주었다.

“복지국에서 근무하는 학교 동창이 있다. 크리스마스 파티처럼 모일 일이 생길 때면 가끔 이야기하기도 해.”
사회기여욕구가 강한 녀석이군.”
“최근 별일 없냐고 물어봤는데, 최근 자기 근무처나 학교에 투서가 자주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하더군. 이 아이 주변에서 아동학대나 범죄의 기미가 보인다는 내용인데, 적중률이 꽤 높아서 좌시할 수 없게 됐다고.”
…….”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비밀엄수의무에 속하는 정보는 아니라도 입을 간단하게 놀리는 이름 모를 공무원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아무리 범죄와 싸우는 직종에 종사하는 친구여도 그런 건 쉽게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냔 말이다.
수려한 얼굴로 뻔뻔하게 내 반응을 살피는 데이비트에게 최대한 뻔뻔하게 대답을 한다.

“너 정도로 경력 있는 프로파일러가 설마 그게 내가 한 짓일 거라는 성급한 추론을 하진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
“물론 아니지. 자기가 사는 지역의, 자기가 하는 장사의 주 고객층의 안전을 지켜주고 싶어서 애쓰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선배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을 뿐이야.”
“좋은 일 아니냐? 애들의 안전을 챙기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어떤 형태의 사회건 도움이 되니까.”
“그렇군. 눈에 띄는 걸 아주아주 좋아하고 매스컴에 노출되는 것도 좋아하던 선배가 은둔자 생활에 익숙해진 것 같아서 기쁘게 생각해.”
“4년간 남 짜증 나게 하는 기술만 키웠냐?”
“그렇게 보였나?”

뭐라 한 마디 따끔하게 해줄 수도 없어서 짜증이 났다.
슬슬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해서 사다리에서 일어섰다. 거짓말이다. 핑계다. 당장 생각해봐야 할 과제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 보다임은 내가 팀에 있을 때도 젊었고 지금도 젊다. 팀의 뒤치다꺼리를 하기에는 관록도 부족하고 젊다. 팀의 근무환경은 빈말로도 좋지 않고 팀이 투입되는 업무의 특성상 좋아질 수도 없다. 셜록 홈즈는 제임스 모리어티의 유치한 논쟁 상대였지만 제일 오랫동안 함께 일한 손발이 척척 맞는 팀 메이트이기도 했다. 문제를 인식하면 반사적으로 분석하고 대응책을 도출하려 하는 건 내 성가신 특성 중 하나였다.
얄밉게 눈치가 빠른 데이비트가 먼저 장난감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집어들었다. 엉덩이를 탁탁 털면서 공식적인 축객령을 내렸다.

“얘기 잘 들었다. 이제 돌아가. 이스칼리 저녁 먹을 시간 줘야 돼.”

창고 문은 데이비트가 닫았다. 냉방이 빵빵한 가게 안을 걷는다. 입구 근처의 계산대에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던 피부색이 짙고 살짝 뻗치는 흑발의 대학생 청년이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일어나 말했다.

“얘기 끝났어요? 삼촌, 아니. 오너.”
“응. 이 녀석 데려다주고 자리 바꿔줄 테니까 저녁 메뉴 골라놔.”
“네. 어, 보이드 씨도 안녕히 가세요.”
“예. 선배에게 말 전해줘서 고맙습니다.”

데이비트가 조카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조카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내 눈치를 봤다. 말없이 조카를 째려보다가 그냥 저녁 먹을 때 갈구기로 하고 유리문을 밀고 나왔다. 체온보다 조금 낮은 열기가 훅 끼쳐와 가게 안에서 맞은 찬 기운을 흩어내고 지나갔다. 우리 가게의 폐점시간은 10시고 영업시간은 1시간 하고 30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여름날의 긴 해가 떨어진 뒤의 번화가에서는 묘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밤이란 악의의 시간이다. 범죄와 관련된 일로 생계를 이어 본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고정관념이다.
저지 지퍼를 내려서 안에 받쳐입은 티셔츠를 드러냈다. 데이비트의 얼굴을 보지 않고 물었다.

“차는 가져왔냐?”
“얼마 전에 범퍼가 망가져서 수리 맡겼다. 전철역까지만 데려다줘.”
“나는 다리가 불편한 사람인데?”
“선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거라면 예전에 충분히 했어.”

혀를 한 번 차고 함께 걷기 시작했다. 살인적인 기온을 잊기 위해 시답잖은 근황 이야기를 몇 가지 했다. 행동분석팀 사무실은 좀 더 넓은 층으로 옮겼다던가 젬루푸스가 곧 결혼할 것 같다던가 사실 오늘 구입한 완구는 데이비트가 어릴 때 좋아하던 작품이라서 산 거라던가 내 조카, 그러니까 이스칼리는 우리 본가에서 내가 잘 하던 프로파일러 일도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해서 곁에서 좀 감시하라고 보낸 염탐꾼이라던가 요즘 애들은 특수촬영물 별로 안 좋아한다던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 도중에 길에서 마주친 구면인 마을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했는데 데이비트는 그걸 쭉 묘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기차역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에 데이비트가 내 얼굴을 보지 않고 말했다.

“여기 오기로 했을 때 걱정하고 있었어.”
“뭘.”
“선배가 여전히 그 일을 선배가 실수한 탓이라고 생각할까 봐.”

무의식중에 주머니에 넣은 손끝으로 의족을 톡톡 건드렸다. 다음에 폭파할 장소를 암시하는 내용의 의미가 모호한 문장과 일시를 동시에 보낸 뒤 수사팀이 모호한 예고 문구를 붙들고 갈피를 못 잡는 사이 예고한 장소를 폭파하는 방식의 연쇄 폭탄테러였다. 나와 팀원들은 다음 장소가 범인이 개인적으로 구애되는 것으로 보이는 출신대학의 캠퍼스라고 추론했다. 경찰 기동대가 다음 범행 장소로 향한 뒤, 팀원들의 추론이 범인이 옛날에 살던 집 앞에 있던 범인이 재학한 적 없는 공립학교가 범행예고의 모든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에 도달했을 때, 마침 그 장소 근처에 있었던 나는 함께 가겠다는 데이비트를 무시하고 남의 바이크를 빼앗아 타고 다급하게 그 학교로 달려갔고 폭파에 휘말렸다. 의식이 흐린 상태로 현장에서 살아남은 애들이 어찌어찌 탈출하는 걸 바라보면서 데이비트를 데려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의식을 회복할 때쯤 문병을 온 팀 치프에게 사직서를 내밀었을 때 치프는 조금만 더 빨리 생각의 방향을 바꿨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자책을 했다. 나는 그건 아니고 몸이 아프니까 그냥 좀 지쳤다고 대답했었다. 딱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한 번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다른 방식으로 속죄할 수도 없다. 나는 그걸 잘 알고 있다.
현재의 데이비트에게 되물었다.

“너도 그런 말 하냐?”
“그때 팀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당연한 사고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그렇다.”

그러다 보니 역 앞에 도착했다. 데이비트에게 어서 가라고 눈짓을 했다. 데이비트는 드물게 망설이는 기색으로 내 눈치를 봤다.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뭔데.”
“쭉 생각하고 있었다. 선배가 정말로 은둔한 전날의 프로페셔널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지. 정말 취미생활로 먹고사는 삶으로 돌아갔을지. ─싸움을 포기했을지.”
“심리학자답지 않은 단어 사용이군. 결론은?”
“몰라.”
…….”
“내가 알 바도 아니고.”

이건 나도 꽤 당황했다. 내 반응을 읽었는지 데이비트가 웃었다. 조금 기분이 상했다. 나는 내심 주변인들이 나를 의표를 찌르기 힘든 사람 취급하는 걸 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비트가 말했다.

“신념이나 의로운 생각이나, 그런 공적 영역의 방식으로는 선배를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선배는 언제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니까.”
“말이 길군.”
“그러니까, 나에 대한 정신적 부채를 청산하기 위해 돌아와 줬으면 한다.”
“우와.”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었다. 데이비트는 더위를 느끼는지도 알 수 없는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나를 팀에서 제일 대하기 곤란한 사람이라고 말했지? 그럼 돌아와서 그걸 청산해줘. 그 날 나를 놔두고 혼자 현장으로 달려간 빚을 갚아줘.”
“아니, 그건 반대잖아?! 네가 나한테 목숨 빚진 거 아니냐?!”
“나는 심적 부채감이 없었을 것 같나? 병원에서 선배를 본 내가 어떤 기분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선배는 나를 피하면 그만이지만 나는 아니야.”
“젠장, 그건 그렇겠지만!”

소리를 높였다가 아차 하고 입을 막았다. 저쪽의 페이스에 휘말려들었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데이비트는 쿡쿡 웃었다. 고작 4년간 사회적 기술이 쓸데없이 늘었다. 나는 바께쓰로 찬물을 퍼붓듯이 말을 쏟아냈다.

“너 혼자 생각하고 혼자 생각 마치는 버릇 못 고쳤지? 아니, 나 자영업자고 꽤 사업 잘 하고 있거든? 학교 다니는 이스칼리도 있거든?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거절 못 할 거다. 선배는 은둔이 안 어울리거든.”

이를 갈았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까마득한 후배의 페이스에 말려든 것도. 가게의 고객들이 묻히고 다니는 불행의 기미를 자연스럽게 관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켜버린 것도. 내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조카가 나를 쭉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는 사실에 염증을 느낀다는 것도. 후배가 그 모든 것을 간파했다는 것도.
데이비트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멋대로 대화를 끝맺었다.

“다음에 올 때는 좀 더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고 있겠다.”
“너─”
“선배가 다리를 또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일 때 내가 도울 수 있게 해줘.”

데이비트는 싱긋 웃은 뒤 역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벌레와 노숙인과 흡연자가 잔뜩 있는 열대야의 전철역 앞에서 담배를 두 대쯤 태우고 혼자서 허공에 대고 비명을 지른 뒤에야 가게로 돌아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스칼리는 저녁식탁에서 내내 곤란한 얼굴로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거의 기억에 없다. 아마 데이비트는 그걸 다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진짜로 망할 자식이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