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로파우 / 길고양이의 입맛

지인요청으로씀


어쩌다 그렇게 되었냐 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네로는 교무실 문턱을 밟고 나가면서 코웃음쳤다. 코웃음을 쳤다는 건 일단 표현이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는 코웃음 따위 치지 않았다. 웃기지도 않으니까. 어쩌다 그렇게 되었냐는 말 만큼 쓸데없는 말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살다 보니가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뿐이다. 손에 한가득 쥐고 있던 종이뭉치가 별 수 없이 구겨졌다.

게다가 말만 그렇게 했지 담임은 딱히 전학생을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은 눈치였다. 만약 등교 거부 중인 전학생을 진짜 신경쓰고 안부가 궁금했다면 담임 선에서 알아서 움직여서 해결했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처럼 급식이나 겨우 먹으러 오는 날라리에게 가정통신문을 한아름 안겨주면서 네가 대신 전달 해 달라고 시키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서류 상) 우수한 학생이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제 앞에서 한숨을 폭폭 쉬는 일도 없었을거다. 네로는 담임에게 받은 통신문 뭉치와, 맨 앞 장 포스트잇에 있는 주소를 대강 훑었다. 웃기게도 정작 중요한 학생 이름과 학번이 빠져있었다. 주소 상으로는 집이 근방이니까 갖다주라고 한 거지만. 굳이 그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주소의 다른 학생들이 서너 명은 더 있을터였다. 그런데도 구태여 그 중에서 가장 학교 생활을 불성실하게 하고, 내키면 결석도 멋대로 하는 그에게 이런 일을 맡겼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냐며 짐짓 안타까워하면서도 전달 방식에 성의가 없다. ‘어찌 되어도 크게 상관 없다’는 뉘앙스가 팍팍 풍겨서 혀를 차게 된다.

담임에게 떫은 감정이 있다고 해서 딱히 전학생에게 더 특별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간에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전학생이 사실은 아주 먼 C도의 명문 학원에 다녔던 수재라거나, 그 중에서도 성적이 아주 좋아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기숙사 생활을 했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오히려 더 심드렁해졌다. 그 정도의 인재면 이런 촌구석 고등학교에 출석 같은거 안 해도 알아서 잘 살 법 하지 않아?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담임의 입술모양을 보고 지루해져서, 문득 그런 반박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잘났는데 대체 뭐가 아쉬워서 여기까지 온 거지. 그런 궁금증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일단은 ‘궁금하지 않았다’. 그는 전학생 얼굴도 모른다. 전학생은 딱 하루 등교하고 그 뒤로 출석하지 않고 있다는데, 네로도 하필 그 날 학교를 빠졌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담임의 심부름을 고분고분히 행하기엔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다. 그러나 반대로 또 구태여 거스를 마음도 딱히 없었다. 그런 걸 한다고 마음이 좋아지거나 득 볼 건 또 없으니까. 그리고 시키는대로 안 했다가 나중에 귀찮은 일을 당하는 건 더 사양이었다. 그래서 그는 얌전히 시키는대로 우편함에 종이뭉치를 꽂아만 두고 왔다. 담임이 알려 준 주소지에는 이렇다 할 문패도 없었다. 그나마 우편함은 있어서 거기에 대충 꽂아놓았는데, 과연 관리는 되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잔뜩 녹이 슬고 먼지가 있었다) 혹시나 해서 주소지와 번지수를 한 번 더 대조해보았다. 대문 너머로 흘긋 살펴보면 현관문과 정원은 평범했다. 대문 안쪽은 제대로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대문 밖에서 보면 사람이 살지 않는 집 같았다. 집에 사람이 사담임의 심부름이 추가된 탓에 아르바이트 출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평소보다 조금 더 부지런히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네로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은 전학생의 주소지로부터 두 블럭 더 떨어진 음식점이다. 상가 거리로부터 좀 떨어져서 주택가에 위치한 가게라 이 곳을 고른건데, 결과적으로 상가의 가게보다 이쪽에 얼굴을 튼 사람이 더 많아 실패였다. 시내의 큰 길에 있는 식당이라면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니까, 그리고 사람이 많고 번잡한 건 싫어서. 그래서 일부러 한적한 곳에 면접을 보러 간 건데 완전히 반대로 짚었다. 아주 조용한 주택가에 딱 하나 있는 덮밥집이라 오히려 자주 찾는 단골이 많았다. 처음에 그가 바라던 그림과는 반대로 멀어진 것이다.

그래도 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대충 우동이나 덮밥 같이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메뉴밖에 없고, 이런 것들은 면을 삶거나 재료를 데우기만 하면 된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쁘게 몸을 놀리면서(그러나 아주 고되게 놀리지는 않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아무래도 좋았다. 이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 지금으로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을 만큼.

한 끼의 식사가 나오려면 그만큼 재료를 준비하고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를 해야 한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도 그만큼 열심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 심플한 방식이 자신에게 꽤 잘 맞았다. 뭐든 얻으려면 그만큼 정당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서 좋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라면 학교에 있을 한낮에 교복차림으로 길거리를 마구 쏘다니는 일은 부끄럽지 않다. 중요한 건, 생활을 유지하는 수단에 부끄러움이 없다는 거다. 그 마음만 있으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다. 생활이, 이어질 수 있었다. 시덥잖고 알량하지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마음만으로.

식당 2층에는 단칸방이 하나 있다. 네로는 거기서 살았다. 이건 순전히 주인의 호의와 배려다. 학생들은 일을 너무 쉽게 금방금방 그만 둬 버린단 말이지. 그러니까 이건 그냥 막 도망가지 말라고 주는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거기에 묻어나는 마음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 마음을 알면서도 막상 일을 시작할 때는 다소 부담이 있었는데, 그걸 빌미로 뭔가 약점이 잡히는 건 아닐까 괜한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그동안 배워왔던 생존 전략에 따르면, 내가 받은 은혜는 언젠가 나의 약점이 되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약점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주인은 별 생색도 없었다.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네로는 알 수 있었다. 그건 길고양이에게 마른 멸치 몇 점을 주는 감각이라는걸. 고양이가 비참하고 가엾어 보여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마침 거기에 고양이가 있어서. 그리고 하필이면 수중에 마른 멸치가 아주 넉넉해서. 마른 멸치 한 줌을 주는 건 일도 아니어서. 주인 뿐만이 아니라 이 거리의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감각이었다. 네로는 그걸 낯설고 어색해하면서도 결국 좋다고 생각해버렸다. 언제부턴가 자신도 이 거리의 길고양이들에게 버리는 식재료를 조금씩 흘려 주고 있었으니까.

주택가의 오래된 골목은 여기저기 샛길이 많았다. 그 샛길로 드나드는 녀석들은, 네로가 본 것만 합해도 다섯 마리가 된다. 고양이들에게 일일히 이름을 붙이고 기억하는 센스는 없었으므로 네로 눈에는 그 놈이 그 놈이었다. 무늬가 다 다르니까 알아보기 편한 건 있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마음을 쓰는 시시하고 지루한 일이 일어나게 될 줄, 그 시절의 네로는 생각도 못 해 봤다. 그때는 살아남는게 제일 중요했다. 생존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에 부끄러운 것이나 떳떳하지 못한 일을 열심히 도맡아서 쳐내기도 바빴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존 방식이 송두리째 바뀌고 시시하고 고즈넉한 일상이 이어진다는 걸 자각하고 새삼 놀랐다. 그 시절에는 양 손에 마른멸치가 흘러넘쳐도 그런 것 한두 개 정도도 고양이에게 베푸는 게 조심스러웠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아주 일상적으로 고양이에게 마른 멸치를 던져 줄 수 있었다.

손질하고 남은 생선이나 고기 같은 것을 던져주면, 잔뜩 경계하면서도 그것만 입에 턱 물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 점도 꽤 마음에 들었다. 고양이에게 남은 식재료를 던져 주는 이유는 딱히 불쌍하거나 귀엽거나 마음이 가서 그런 게 아니다. 어차피 남는 게 버리는 부위인데. 이렇게 미리 음식을 던져줘야 나중에 저녁시간대에 이 근방에서 어슬렁거리지 않는다.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이지만 주는 게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줬을 때 나름대로의 이득도 있다. 그러니까 이 거리에서 상생하는 법칙에 따라 주는 것 뿐이다. 네로는 식재료 손질이 끝나면 고양이 몫으로 밖에 내던지는 루틴에 빠르게 적응했다. 고양이 그 자체가 좋았다기보다는, 밥 좀 줬다고 사람에게 엉겨붙지 않고 착실하게 제 몫만 챙겨서 훌렁 떠나버리는 고양이들의 그 상쾌한 속성을 좋아했는데, 결국 그게 그거였다. 저녁 타임 오픈 전까지 재료 손질을 끝내고 뒷문으로 나가면, 늘 보던 몇마리가 먼저 와서 어슬렁거리는게 예사였다.

‘단체로 이사라도 갔나?’

요 며칠 간은 뜸했지만.

지지난 주 까지만 해도 이렇게 머릿수가 줄지 않았는데, 며칠 전부터 몇 마리가 보이지 않더니 오늘은 아예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왜 그래, 밖에 뭐 있어?” 안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 엉겹결에 다시 뒷문을 닫았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늘 보던 고양이가 요즘은 아예 안 보인다는 말은 너무 시답잖아서 대화소재로 쓰기가 좀 그랬다. 보울에 따로 덜어놨던 고양이들의 몫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어쩐지 바로 음식물쓰레기로 버리기에 좀 아까웠다) 결국 비닐봉투에 따로 담아서 한 쪽으로 빼 두었다. 누가 와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손질하고 남은 걸 고양이 몫으로 돌리는 게 딱히 비밀은 아니었지만 어디에 대고 말한 적도 없다. 공공연하게 다들 알면서 눈감아줬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저렇게 너무 뻔히 보이는 곳에 놔 두면 좀 그렇겠지. 5분 뒤에 결국 냉동고 구석 칸으로 위치를 옮겨두었다. 단체로 이사라도 갔을지 모르는 녀석들이 내일은 올 지 안 올 지도 모르면서.

그 뒤로는 시간이 헤프게 흘렀다. 월요일 저녁이라 사람들이 마구 들이닥쳐서, 계속해서 면을 삶고 밥을 퍼담고 국을 끓였다. 중간에 양파가 모자라서 저녁 타임 아르바이트생 두어 명이 더 달라붙어 눈물을 흘리면서 급하게 한 망을 더 손질하기까지 했다.

“네로, 밖에 손님이 왔는데.”

홀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불렀다. 당연하지만 네로는 주방장도 뭣도 아니고 그냥 스탭이다.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찾아올 사람도 없다.

“손님? 나?”
“원래 네 단골이었잖아.”
“내가?”
“문 밖에 와 있던데.”

당황해서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면 고양이 두어 마리가 우는 소리를 내며 입간판 앞에서 시위 중이다.

“얘네가 손님이라고?”
“오늘 오후에 밥 주는 거 깜빡했어? 네가 손질하고 남은 자투리 얘네한테 주기 시작한 뒤로 저녁 타임에 고양이들이 사라져서 좋았는데.”
……알고 있었어?”
“사장님도 알 걸.”
…….”
“아무튼. 오늘 네가 안 줘서 뒷문에서 정문까지 나왔나봐. 빨리 서빙하고 와라.”

고양이들을 빠르게 정문 입간판에서 뒷문으로 몰아냈다. 냉동고에서 아까 남겨 준 비닐봉투를 통으로 탈탈 털어냈는데 그새 자기들끼리 뭉쳐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어차피 이렇게 모두가 알고 있을 거였으면 냉동고에 숨기지 않아도 그냥 두어도 되었겠다 싶다. 고양이들은 바닥에 음식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재빨리 입에 하나씩 물고 사라졌다. 색이 짙은 고양이가 그보다 더 짙은 골목길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보면서 네로는 뒷통수를 벅벅 긁었다. 이렇게 나만 괜히 신경 써 가면서 눈치 보고 있을 거였으면……. 그보다도 원래 오던 시간엔 얼씬도 하지 않다가 이제야 슬금슬금 나타난 녀석들이 괘씸했다. 길짐승에게 괘씸함을 느껴봐야 대체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그 다음 날은 제 시간에 올까 싶어서 평소처럼 미리 준비해 두었지만 역시 오지 않았다. 자기들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으니까 늘 이 시간에 이 장소로 왔던 건데, 갑자기 루틴을 바꿔서 저녁에 온 이유가 따로 있었을까? 네로는 이번에도 고양이 몫을 빈 보울에 따로 담아두었다. 어제처럼 엉성하게 냉동고에 넣는 짓은 하지 않았다. 주방 직원도 홀 직원도 사장까지 모두가 다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하니까. 그냥 네로 본인만 아무도 모를거라 착각하고 있던 거라서. 저녁 오픈 직전에 주방 직원 한 명이 갸웃거렸다.

“원래 오후에 왔는데 어제는 저녁에 왔다고?”
“네.”
“그럼 생활패턴이 바뀐건가?”
“글쎄요. 고양이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이번에도 저녁에 또 오면 웃기겠네.”
“그러게요.”

사실은 한참 바쁜 저녁 시간에 가게 문앞에서 알짱거리는 게 귀찮다고 생각한다. 귀찮다고 해서 내쫓아지지도 않을 거다. 원래 길거리 고양이들은 제멋대로니까.

과연 오늘도 8시를 넘어갈 무렵이 되어 홀에서 불렀다.

“네로네 단골 왔다.”
“네에, 네.”
“뒷문으로 몰아 줄까?”
“걔네가 그런다고 말을 들을까?”
“글쎄.”

네로는 준비한 보울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 구역에 모이는 고양이들끼리 따로 소통망이라도 있는 건지, 어제보다 두 마리가 더 왔다. 이번에도 입구쪽에서 알짱대길래 쫓아냈더니 알아서 뒷문쪽으로 가 있다.

“형씨들, 시간이나 장소나 둘 중 하나는 바꿔. 저녁 시간에 한참 바빠죽겠는데 입간판에서 알짱거리면 민폐라고.”

고양이들이 꼬리를 낮게 바닥에 탁탁 두드렸다. 과연 알아들었을지 의문이지만, 어쨌거나 네로는 그렇게 으름장을 놓고 나서야 오늘 치 몫을 배급했다. 이번에도 땅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쌩하고 사라졌다. 사흘 째 되니까 이제는 알아서 가게 뒷문으로 먼저 와 있었다. 시간은 여전히 저녁 8시. 밥 주는 거야 크게 품이 드는 일이 아니니까 상관 없지만 다른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그러는 건 어쩐지 좀 멋쩍어서 곤란했다. 장소를 바꿔준 건 좋은데 시간은 바꿀 생각이 없는 걸까?

닷새 째가 되니까 주인이 먼저 알아보고 입을 열었다.

“일정이 바뀐게지.”
“일정이요?”
“짐승들도 나름대로 자기 시간표가 있잖은가. 원래 여기서 늦은 점심을 얻어 먹고 가는 게 일과였는데, 이제 저녁을 먹는걸로 바뀐거야.”
“갑자기 그렇게 될까요?”
“글쎄, 다른 데서 점심을 얻어 먹고 오기라도 하나 보지.”

그러면서 고양이 밥 주는 것에 대해서는 별 말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쪽에서 어색해하는 표정을 먼저 읽고는

“언젠가부터 쓰레기봉투가 깔끔하더라니, 고양이 배를 먼저 채워놔서 그런 거였어.”

딱 이렇게만 말했다.

……역시 이 도시의 풍미가 마음에 든다고 생각한다.





*

문제의 점심밥 출처는 그 다음 주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고양이들에게 관심이 있어서 쫓아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당연히 아니고, 정말 우연히. 이 길거리의 고양이는 인간과 반목하지 않을지언정 딱히 엉겨붙지도 않았다. 적당히 팽팽한 길거리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딱 필요한 것만 취하는 게 이동네 길고양이의 생존 방식. 네로도 그걸 알아서 고양이를 쫓아다닐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다. 그러니까, 정말 우연히. 또 그 월요일에 담임으로부터 전학생에게 전달할 종이뭉치를 한 묶음 받아오지 않았다면 그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종이뭉치 한 묶음을 받아들고 기껍지 않은 심부름을, 정말로 기껍지 않아 관둬버렸다면 앞으로도 한동안 몰랐을 것이다. 고양이들의 점심 식당이라는거.

네로는 이번 주의 심부름도 군말 않고 받아들었다. 몇주째 학교에 코빼기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 전학생에게 가정 통신문과 학교 과제를 전달하러 가는, 오전에만 겨우 얼굴을 비치고 오후 되면 사라지는 불량아라니. 지난 주에 방문했던 그 집 대문은 풍경이 똑같았다. 우편함은 그래도 제대로 비어 있는 걸 보니 어떻게든 잘 전달이 된 것 같다. 네로는 이번에도 종이뭉치를 한 번에 쑤셔넣었다. 지난 주 보다 좀 더 양이 많아서, 녹슨 우편함이 삐걱대면서 빠듯하게 들어찼다. 끼릭거리는 소리가 나니까 대문 안쪽에서 뭔가가 파드득 뛰쳐나왔다.

“우왓,”

너무 갑작스럽게 튀어나와서 하마터면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 했다. 초록색 대문은 그와 간발의 차이로 급하게 열렸다.

“우왓,”

네로는 한 번 더 발을 헛디뎠고, 이번에는 정말로 휘청거렸다. 대문을 겨우 짚고 중심을 잡으면, 대문 안쪽에서 나오던 사람과 딱 보기 좋게 마주쳤다. 그쪽도 대문 앞에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마찬가지로 허둥지둥 당황했다. 손에 쥐고 있던 고양이용 스틱 간식이 후두두둑 떨어졌다. 네로는 엉겹결에 먼저 입을 열었다.

“방금 뭔데요?”

그러면 대문 안쪽에서 나온 맞은 편의 사람도 똑같이 얼빠진 표정으로 되묻는다.

“방금이라니, 뭘?”
“아까 안에서 뭐가 튀어나와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그런데 안쪽에서 또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제대로 된 문장이 하나도 없고 바보같이 턱턱 끊긴다. 상대방은 안경을 한 번 고쳐쓰고는 해명하듯 말했다.

“고양이가 갑자기 뛰쳐나가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역시나 이쪽도 좀 얼빠진 문장이지만. 그래도 네로보다는 훨씬 더 침착한 편이다.

“아까 지나간 주황색 덩어리가 이 집 고양이에요?”
“그건 아니고.”

그런데 아까부터 왜 말이 짧지? 나랑 나이 차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그때 이 집 담벼락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더 떨어졌다. 나무에 올라가 있다가 담벼락을 타고 빠르게 도도도 날아와 순식간에 골목길로 사라졌다. 저 무늬의 고양이는 어제도 보아왔고, 그저께도 보아왔다. 이 동네에 와서 가장 먼저 얼굴을 익한 녀석 중 하나가 저 녀석.

“여기가 고양이 급식소야?”

잘못했다고 따지려는 건 아닌데 어쩐지 힐난하는 문장이 되었다. 안경은 이번에도 잠자코 안경을 고쳐쓴다. 그 제스쳐가 어쩐지 음침하고 궁색하다.

“뭐라하는 건 아니고. 난 또 누가 점심 식당을 차려줬나 싶었네.”
“근데 누군데 여기에…….”

진짜 궁금해서 묻는 말은 아니고, 그냥 꺼지라는 뜻이다. 그 완고한 축객령을 모르지는 않았다. 네로는 대답 대신 우편함을 가리켰다. 안경은 주춤주춤 밖으로 기어나와 우편함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난 또, 점심밥 얻어 먹고 가던 애들이 제멋대로 저녁에 오더라니 진짜 누가 점심에 식당을 차려놓은거였네. 혼잣말이지만 들으라고 한 말이라 뼈가 있었다.

식당으로 출근해 식재료를 손질하다가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도 비슷해보이고 그 집 대문 안에서 나왔으면, 그 안경이 전학생일 수도 있었겠다는. 어쩐지 납득이 갔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머리칼이 굉장히 푸석푸석하고 음침한 인상이었으므로. 그런 타입이라면 방구석에 처박혀서 등교 거부를 하는 그림이 쉽게 상상되었다. 자신처럼 껄렁한 녀석이 무단 조퇴를 일삼는 그림이 너무 자연스럽듯이.

문제의 그 안경 전학생과의 재회는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그 다음 날 저녁에 주방 뒷문을 열었을 때, 고양이 네댓 마리 사이에서 짚풀 인형처럼 멀거니 서 있는 안경과 마주쳤다. 그나마 이번에는 우왓, 하고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면서 놀라지 않았다.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온게 아니고, 어둑어둑한 뒷문의 골목에서 마찬가지로 거무튀튀한 옷을 입고 귀신 같이 서 있어서. 오히려 뒤늦게 거기 사람이 있었다는 걸 깨닫고 솜털이 쭈뼛 서는 감각이었다.

“거기서 뭐하세요?”

서 있는 그림자가 안경이라는 것도 조금 뒤에야 깨달았다. 황당한 와중에도 등 뒤로 뒷문을 마저 닫고 봤다. 사람이 나왔는데 밥은 안 나와서 고양이들은 꼬리를 낮게 바닥에 탁탁 치며 짜증을 부리는 기색이었다.

“한 마리가 요즘 안 보이는데, 어디 갔나 싶어서…….”

안경은 네로의 물음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고 대답했다.

“나한테 물어봐도 모르지. 내가 이 동네 고양이를 어떻게 다 꿰고 있어?”
“그래도 저녁밥은 챙겨 주는 것 같던데.”
“여기 자주 오는 녀석들이야 눈에 익었겠지. 근데 나 지금 일하는 중이라서.”

그때 문 뒤쪽에서 네로를 찾는 소리가 났다. 황급히 바구니에 있던 잔반을 몽땅 바닥에 털어붓고 다시 들어갔다.

안경은 그 다음날에 다시 왔다. 일하는 중이라 바쁘다고 완곡하게 거절했는데, 다음에 한가한 시간에 다시 오라는 걸로 알아들은 것 같다.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저녁 오픈 전에 미리 와서 뒷문에 계속 서 있었다.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며칠 전부터 안 보인다고, 사라진 것 같다고. 이 동네에 널리고 널린 게 고양이고, 고양이들은 원래 제멋대로 나타났다가 제멋대로 사라진다. 원래 제멋대로 사라지는 고양이 중 한 마리를 콕 집어서 신경 쓰고 행방을 찾는게 그렇게 대수인가 싶었다.

당연하지만 네로도 모른다. 남은 잔반 주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그래서, 사라진 거 같은데 짐작되는 장소가 없어서.”

안경은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문장 끝처리가 애매한 게 좀 거슬렸다(네로도 그런 화법을 쓰기 때문에 더욱 더 거슬리게 느껴진 것일수도 있다). 컴컴한 야구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얼굴도 뭔가 체념한 표정일 것 같다. 같이 찾아달라는 말이 뒤에 따라나오지 않아서 묘하게 갑갑했다.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승낙할 의사는 없지만) 아니 근데 진짜로 같이 찾아달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이거 내가 오바하는 거야? 음침하고 신경질적인 것처럼 생겼는데, 그런 것 치고 길짐승들 되게 열심히 살뜰하게 살피네. 이 녀석들 다 책임지고 키울 셈인가?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뭐, 너도 모른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지.”

말투가 정말 묘하게 체념하는 것 같아서 이건 또 이것대로 신경 쓰인다. 네로는 포기를 꽤 잘 하는 편이다. 그리고 본인이 포기를 잘 하는 것과 남들이 자신을 포기하는 건 또다른 문제다. 그는 약간 반항하는 마음으로 입을 열어버렸다. 무심코.

“덩치 좀 작은데 눈이 연두색인 걔 맞아? 꼬리 짧둥하고.”

안경은 왼손으로 오른팔 팔꿈치를 받치고, 오른손 검지를 입술에 댄 채 생각하는 사람 포즈를 취한다.

“아아, 맞아. 유일하게 사람을 좀 따르는 것 같았던 녀석이다.”

퇴로는 이미 제 손으로 막아놨다. 안경이 퇴장하기 전에, 결국 내버려 둘 수가 없어서 그는 선언했다.

“내일은 오프니까 오전에 와. 찾아보게.”

그리고 결전의 다음날. 오전에 오랬더니 아침 댓바람부터 안경이 뒷문 마당에서 얼씬거리고 있다. 비척거리면서 겨우 일어난 네로는 창 너머로 그걸 보고 질색했다. 물로 얼굴을 헹구는 수준으로 대충 눈곱만 떼는 세수를 하고 대충 슬리퍼를 끌고 허겁지겁 밑으로 내려가면, 무슨 산에 가는 복장처럼 작정하고 운동화에 트레이닝복까지 빼 입은 안경이 서 있었다. 언제부터 와 있었냐느니 오래 기다렸냐느니 그런 말은 딱히 할 필요가 없어보였다. 그런 걸 전혀 신경 쓸 것 같지 않은 인상이다.

이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출발할까?”
“어디부터 가야하지?”
“나야 모르지.”
“이 동네 잘 몰라서 너한테 물어본 건데…….”
“나도 몰라서 물어본 건데?”
“뭐라고?”
“아니, 난 고양이들 행선지 같은거 전혀 모르고. 정성들여서 점심밥 차려주는건 그쪽이잖아?”
…….”

대화가 안 통한다.

“어제부터 계속 이 동네 잘 모른다고 어필하는데, 나도 여기 잘 안 다녀서 몰라.”
“동네 주민인데?”
“어. 학교 말고는 밖에 잘 안 다녀서. 그러면 안 돼?”
“아니, 안 될 이유는 전혀 없지.”

대화가 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일단은 식당 근처의 좁은 골목길부터 탐색하기로 했다.

“맨 처음에 아르바이트 시작했을 때 말이지. 걔네들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 근처로 어슬렁거리길래 쫓아냈는데도 계속 오는 거야. 아무리 쫓아내도 계속 식당으로 와. 손님 들어오는데 입구에서 지저분하게 알짱거리면 곤란하니까 영업 시간 전에 밥 줘서 쫓아내는게 다야.”
“그래서 내게 점심 식당 이야기를 했던 건가?”
“그래, 원래는 오후에 식재료 손질하면서 남은 걸 던져줬어.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기들끼리 제멋대로 시간을 바꿔서 저녁에 오잖아.”

그쪽이 점심에 고양이 식당을 차려버려서 녀석들이 통채로 식사 시간을 바꿨다는 말은 안 했다. 어쩐지 모양이 빠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이네.”

세 번째 좁은 골목길로 들어설 때 안경이 말했다. 그 말이 묘하게 불편했다. 고양이한테 남은 잔반 좀 주는 게 좋은 사람인가? 그럼 그 쪽도 좋은 사람인가? 아예 작정하고 고양이 무료 급식소 차려 놓으니까? 애초에 좋은 사람의 기준은 또 뭔데. 그렇게 쉽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건가? 좋은 사람은…… 좀 더 큰 거 아냐? 이렇게 대충 쉽게…… 그래도 되나?

“아니, 난 그냥……. 나한테 손해 볼 거 하나도 없고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마침 나한테 걔네들에게 줄 게 있었던 것 뿐인데.”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사람도 많지. 그러니까 할 수 있어서 진짜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거다.”

안경이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즉답했다. 썩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안경의 말을 들으면 틀린 것도 없기 때문에 수긍하기로 한다.

건물과 건물 틈새의 골목마다 에어컨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가 빼곡했다. 뜨거운 바람이 숭숭 풍겼다. 날이 꽤 더워져서 이제는 이런 곳에 있고 싶은 고양이가 없을 것이다. 무단투기한 플라스틱 커피 용기나 담배꽁초 틈에 몸을 비집어 넣을 이유가 하등 없었다.

“우리 가게 근방은 이 정도가 끝인데. 어떻게 할래?”
“흠…….”

안경이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날이 더워서, 이보다 더 고양이 찾기가 늦어지면 싫을 것 같았다. 오늘은 이쯤해서 딱 마무리지으면 좋을 것 같은데……. 네로는 어제 괜히 입방정을 떨었다고 조금 후회한다.

“가게에서 우리집까지의 동선을 체크하자.”
“허어?”
“허어?가 아니야. 점심 식당과 저녁 식당 사이의 구간이니까 충분히 가능성 있어.”
“그래, 그럼……. 고양이 선생의 말에 따라야지.”
“왜 내가 선생이지?”
“고양이 찾는다고 인터넷에 검색까지 하고 있잖아.”

안경은 대꾸하지 않고 앞장서서 걸었다. 네로도 별 수 없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먼저 도와주겠다고 한 건 네로 쪽이었으니까 그 말에 책임은 져야 한다. 이제는 탐색 방향을 바꿔서, 안경네 집 방향이다. 안경네 집에서 가게까지는 두어 번 와 봤지만 거꾸로 가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인가 분명 아는 길이었는데도 조금씩 풍경이 다르게 보였다. 종이박스가 잔뜩 쌓인 분리수거장을 지날 때 네로가 입을 열었다.

“고양이들 뭔가 박스? 같은 거 좋아하지 않아?”
“그렇지.”
“그런데 저기는 안 봐?”
“길가에 휑하니 박스만 있으면 밀폐된 느낌이 들지 않지. 고양이는 박스를 은신처라 느끼기 때문에 좋아해.”
“그렇구나.”

고양이를 발견한 장소는, 싱겁게도 점심 급식소 근방이었다. 안경네 집 대문가를 어슬렁거리던 녀석을 발견하고 나니 지금까지 동네를 세 바퀴 돌면서 길바닥에 시간을 버린 게 허탈할 지경이었다. 샤인머스켓 색깔의 눈에 땡그랗게 큰 동공, 짧둥한 꼬리.

“쟤 맞아?”
“그런 것 같다.”
“찾아서 다행이네.”
…….”

그럼 나 간다. 이제는 정말 그 말을 뱉어도 괜찮을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안경은 아닌 것 같아서 문제였다. 안경은 눈을 찌푸리고 자리에 쭈그려앉아서 고양이를 뚫어져라 마주본다. 그러면 고양이는 도망가지도 않고 안경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 구도가 기묘하니까 네로 역시 서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안경과 고양이를 본다. 고양이 눈에 눈곱이 더덕더덕 붙어 있다. 네로는 제가 짐작한 바가 부디 틀리기를 바라며 넌지지 물었다.

“쟤 눈 원래 저래?”

안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짐작한 바는 반드시 (부정적인 방향에서) 들어맞는다.

“아니, 질병인 것 같다.”

안경은 쭈그리고 있던 몸을 펴서 일어나고, 고개를 네로 쪽으로 들었다.

“협력해줘서 고맙다.”
“여기서 끝?”
“일단은.”
“쟨 어떻게 되는데?”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봐야지.”
“병원 가게? 고양이 병원 비싸지 않아? 그리고 너 아는 동물병원 있어?”

어쩐지 시비 거는 것 같은 말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뚫린 입을 다물고 있을 마음이 아니었다. 안경 선생 같은 타입의 사람이, 네로에게는 낯설고 불편하다. 그렇게 고지식하고 엄격한 표정을 하고서, 그렇게 스토익한 타입인 사람을 이전에도 종종 봐 왔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도 그런 녀석들이 간간히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 깐깐하고 완벽주의처럼 굴면서 남에게도 그러기를 요구한다. 그런 타입이 피곤하지만 싫지 않았다. 나는 이만큼 할 테니까 너도 이만큼은 해,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 그런 타입의 사람이 네로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길거리 생활을 할 때는 그렇게 확실한 사람이 귀찮고 편했다.

하지만 안경은 다르다. 이렇게 고지식하고 엄격한 표정을 하고서 그렇게 스토익한 타입처럼 생겨 놓고도, 그러한 성미의 표출은 오로지 내부로만 향한다. 그런 사람들은 어렵고 불편하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교무실로 호출 당하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호출당한 네로는 교무실에 서서 내가 잘못한게 뭐가 있었는지 괜히 빠르게 곱씹어봐야 한다. 정작 안경 선생 입에서 나오는 건 ‘고양이 밥을 챙겨주다니 좋은 사람이네’ 또는 ‘고양이를 찾는 걸 협력해줘서 고맙다. 병원비는 전부 내가 감당할 거지만’ 같은 말이다. 그러면 네로는 고맙다는 말을 듣고도 석연찮은 마음을 가지고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고 퇴장하면 되는 거였다. 안경이 딱 그런 타입이었다.

“뭐, 없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둘 수는 없는 법이니까. 어떻게든 해 봐야지.”

……바로 이런 점이. 고양이 밥을 준 건 똑같고, 심지어 이 쪽이 더 오래 봤다. 그런데 고양이 중 한 마리의 이상사태를 알고 그걸 신경 쓴 건 저쪽이 된다. 둘 다 똑같이 열심히 고양이 찾아다니려고 애 썼다. 이쪽은 찾는 걸로 끝날 줄 알았는데 저쪽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한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만 안 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면 이쪽의 면목이 없어진다. 네로가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런 거였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대책 있어? 대책도 없는데 일단 하고 본다는 건가?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생판 남인데 속 긁어봐야 쓸모 없으니까. (이건 그 동네에서 배운 아주 좋은 생존 전략 중 하나다) 대신에 또 뱉고 나서 후회할 말을 결국 뱉는다.

“돈 꿔줄까.”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면서도 오지랖이고 후회할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이대로 집에 돌아간다면 나중에 더 큰 후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런 각오로, 기왕이면 큰 후회보다 작은 후회를 선택해서 말하는 네로였다.

안경은 이번에도 또 심각한 표정으로 잠깐 고민한다. 우습게도 안경이 고민하는 동안 뒤에서 알짱대던 고양이도 얌전히 앉아서 그들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약아빠졌고 영민한 짐승이다. 자기한테 이익이 될 것 같으면 금방 배를 깔고 드러눕는다.

“말은 고맙지만…….”

안경은 한참을 더 고민하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병원에 데려가기에 앞서, 달갑지 않지만 개인 사정 이야기를 해야겠다.”
“개인 사정?”
“그래. 생판 남이고 처음 보는 네게 실례일 수 있지만, 안 할 수는 없으니까.”

순간 머릿속에서 오만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다. 학생이 어디서 돈이 난다는 건지?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증명 가능한 일이다. 아르바이트는 왜 하는 건지? 고등학생이 용돈벌이 한다고 하면 될 일이다. 오늘은 평일인데 왜 학교에 안 가는 건지? 이건 대답하기 좀 어렵다. 어제도 평일이었는데 학교에 있을 오후 시간에 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건지? 이것도 좀 곤란하다. 왜 집이랑 학교 외에는 잘 안 다니는 건지? 주머니에서 생각이 줄줄 샜다. 나도 지난 학기에 전학왔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담임 말로는 안경이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전액 장학금 받을 만큼 우수한 모범생이었다는데. 가출 청소년 경력이 있는 나 같은 녀석이 학교 째고 아르바이트 한다고 하면 문제 있나?

“우리 둘 다 학생이니까 예산에 한계가 있어. 병원비를 같이 부담해주는 건 고마운데,”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적극적이냐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지. 그것만큼은 정말 대답하기 어려웠다. 말하기 부끄럽고 싫고 껄끄러워서가 아니라 실로 네로도 네로를 몰랐기 때문이다. 위선 아니고 진짜로 착한 사람, 자기 손해 보는 거 생각 안하고 그냥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그냥 두면 제가 미꾸라지 같아 보일수도 있지 않은가. 비겁한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 않은가. 안경은 그런 생각 안 하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마음이 불편했다.

“난 아직 학생인데다가 아르바이트도 하는 게 없어서 예산에 한계가 있어.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지도 몰라.”
“그래서?”
“기세 좋게 ‘가만히 둘 수는 없다’고 했지만 별다른 대책도 돈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면목 없게도. 게다가 생판 남인데 호의까지 베풀어 준 네게 이 이상의 민폐를 끼치는 건 더더욱 곤란해.”
……그 외에는? 그게 전부?”
“더 알고 싶은 게 있나?”

겨우 그거? 개인 사정이라는 건 그쪽만의 이야기였던 건가. 이쪽에 대고 이것저것 캐물을 계획은 원래 없었던 건가. 긴장이 탁 풀리면서 맥이 쭈욱 빠졌다.

“아니. 됐어. 그냥 반씩 부담하자. 너 모자라는 거 내가 꿔줄게.”

혼자서 다 내는 것보다는 반씩 내는 게 훨씬 더 낫고. 내가 일단 다 내고 너 돈 모자라면 나중에 갚는 걸로 해. 중얼거리는 말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안경은 곤란하다는 표정이다.

“점심 담당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저녁 담당이 뭐라도 해야지.”
…….”

이렇게까지 말하고 나니까 또 묘하게 표정이 바뀐다. 시키지도 않은 숙제를 성실히 해 온 학생을 보는 것만 같은 얼굴이라 웃겼다. (묘하게 뿌듯함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시덥잖은 뿌듯함이었지만)

안경이 고양이를 들어올렸더니 고양이의 몸이 치즈처럼 주우욱 늘어났다. 개중에서는 그나마 사람에게 우호적인 녀석이라고 했지만 이렇게까지 잘 따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남은 음식 땡처리 개념으로 주는 밥 주는 사람과 정성을 다해 급식소 차려주는 사람의 접대 차이가 확실할지도 모른다. 몸부림 한 번 치지 않고 얌전히 안경의 품에 안겨 있는 고양이는 꼭 인형같았다.

이 근방에 아는 동물병원도 없지 않느냐고 큰소리쳤지만 사실 네로도 잘 몰랐다. 결국 이번에도 또 고양이 선생이 근처의 병원을 검색했다. 네로는 안경의 스마트폰을 받아 들고 지도를 보며 길을 안내했다. 액정 상단에 메신저 알림 몇 건이 울렸다가 사라졌다. 전에 다니던 학교의 지인이라도 되는 건지 선배님 하고 몇 글자가 떴다가 사라졌다. 남의 메신저 같은 건 안 보고 싶은데 자꾸 지도 위로 뜨니까 신경 쓰여서 곤란하다. 그때 뒤에서 안경이 물었다.

“이름이 뭐야?”
“네로.”
“네로?”
“그래.”
“예쁜 이름이네.”
……?”

살면서 이름 예쁘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네로는 적잖이 당황한다.

“이름이 예쁘다고?”
“좋은 이름 같은데. 같은 제목의 노래도 있잖아.”
“네로라는 노래가 있다고?”
“<검은 고양이 네로> 라서 네로라고 한 거 아냐?”

이 녀석 검은 고양이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안경은 고양이의 턱을 슬슬 긁었다. 네로는 기가 찼다.

“무슨 소리야? 네로는 내 이름이고 얘는 이름 같은거 없어.”

역시 대화가 안 통하는 게 맞았다. 안경은 2초 정도 있다가 뒤늦게 탄식했다.

……아.”

동물병원에 도착하니까 안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났다. 고양이는 잘 벼려진 발톱을 빼들고 안경의 옷 소매에 날카롭게 달라붙었다. 안경이 약간 당황하면서 고양이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쫄은 거야?”
“고양이는 원래 낯선 곳을 싫어하니까.”
“흠…….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어이 형씨, 조금만 견뎌봐.”

고양이 선생이 했던 것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주려고 손을 뻗었는데, 고양이가 머리를 뒤로 쑥 빼고는 피했다. 누가 너 잡아 먹냐? 네로는 궁시렁거리면서 접수 카드를 작성했다.

“네로 보호자님 안쪽으로 들어오세요.”

고양이 보호자는 안경 선생이 더 적합한 것 같은데, 안경은 고양이를 신경 쓰느라 네로가 대신 접수했으니까 어쩔 수 없다. 진료실로 들어가니 좀전의 대형견을 상대하느라 침과 털로 범벅이 된 수의사가 헬쑥하게 웃었다.

“네로짱, 어디가 아프니?”

아기를 어르고 달래는 말투라서, 고등학생인 네로는 그게 조금 소름끼치고 끔찍하다. 질색하는 네로 대신 안경이 설명했다. 진찰대에 올려놓으니까 고양이가 쉭쉭 거리면서 소리를 냈다. 수의사는 아기를 다독이듯이 과장된 말투로 고양이를 살살 얼렀다.

“쉬이, 네로짱. 괜찮아. 선생님이 네로짱 눈만 잠깐 볼까?”
“예?”

이번에는 안경과 네로가 당황했다.

“네?”

보호자가 당황하니까 역으로 수의사도 당황한다.

“네로는 전데요?”
“아까 접수할 때 네로라고 이름 쓰지 않으셨어요?”
“네, 제 이름. 네로요.”
“아니 그거 동물 이름 쓰는 칸인데.”
…….”

아무튼 진료를 계속한다.

“결막염이에요. 길고양이들은 면역력 떨어지면 자주 걸려요. 약 처방해드릴테니까 꾸준히 시간 맞춰서 챙겨주시면 금방 낫습니다.”
“네.”
“우리 아가씨, 고생했어요.”

의사는 또 고양이에게 헤벌쭉 웃었다.

“여자였어요?”
“네.”

그것도 모르고 계속 형씨라고 불렀는데. 또 습관처럼 쓸데없는 생각으로 마음을 쓴다.

수납하면서 받아 들고 나온 약봉투에는 환자 이름 칸에 네로라고 써 있었다. 네로는 이걸 정정할 의지도 나지 않았다. 그 꼴을 본 안경은 가까스로 웃음을 참는 것 같아 보였다. 네로는 공연히 부끄러워졌다.

“그러고보니 넌 이름이 뭔데?”
“파우스트.”
“성 아니고 이름이?”
“그래.”

와 되게 할아버지 같은 작명 센스네. 네로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안경은 고양이를 품에 안고 남은 손으로 네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로는 민망해하면서도 그 손을 맞잡았다.

……?”

안경이 이번에도 또 약간 당황했다. 안경이 당황하는 걸 보고 네로도 덩달아 어리둥절한다.

“약을…….”
“아.”

네로는 허둥지둥 악수하려던 손을 거두고 약봉지에서 약을 꺼냈다. 안경은 익숙한듯 고양이의 눈에 안약을 넣었다. 고양이는 이제 완벽하게 적응한건지 우는 소리 하나 없이 얌전하게 안경의 손에 모든 것을 맡겼다. 안경은 고양이의 턱을 살살 긁으면서 말했다.

“고양이 씨, 한동안은 우리 집 근처에서 숙식했으면 좋겠는데. 눈병이 다 나을때까지만.”

고양이는 말을 정말로 알아듣기라도 한 것인지 짧게 야옹, 하고 대답했다. 고양이가 원래 저렇게 사람 손을 잘 타는 동물이었나 싶다. 안경은 고양이를 비로소 품에 내려놓았다. 고양이가 또 한 번 짧게 울면서 안경의 다리에 제 몸을 비볐다.

“노인 같다고 생각했나?”
“뭐?”

잠깐 말문이 막혔으나 이실직고한다.

……조금.”

사실 처음 봤을 때 부터 계속 할배같은 말투 쓰는 게 웃겼노라 고백한다. 나이는 엇비슷한 고등학생같은데 모자를 쓴 거나 옷차림이 묘하게 할아버지 같다. 안경은 픽 웃으면서 대답했다. “당연하지, 할아버지랑 사니까.”

오전부터 고양이 찾고 뒤치다꺼리하고 한 바탕 하느라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다. 괴팍하고 신경질적이고 음침하게 생긴 인상과는 다르게 안경이 먼저 점심을 사겠노라고 해서, 네로는 약간 민망해하면서도 거절할 방법을 몰라서 알겠노라고 덥석 승낙했다. 돈 빌려준다고 하고 나니까 묘하게 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았다. 지갑 취급을 하는 게 아니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도 기꺼이 지갑을 벌리고 선행할 수 있는 학생은 무조건 나쁘지 않지’라는 호의에 가깝게 느껴졌다. 병원비를 빌려줬으니까 이걸로라도 성의를 표하고 싶다는 그 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이 거리의 사람들은 대체로 그랬다. 말을 하지 않아도 거기에 묻어나오는 마음을 관행적으로 읽는 게 습관이다. 네로도 이 동네로 오고 나서 거기에 물들었기 때문에 안다.

인테리어가 멀끔하고 아기자기해서 여고생들이 오기 딱 좋은 경양식집에 앉아서 수더분한 볶음밥과 돈가스를 주문했다. 안경의 돈가스 자르는 솜씨가 일품이어서 네로는 제 볶음밥을 먹다가도 자꾸 그쪽으로 눈이 갔다. 그걸 오해한건지 안경은 자른 돈가스를 두 줄 정도 네로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무슨 손주 돈가스 잘라서 먹여주는 할아버지마냥.

“아니, 그게 아니고.”
“먹고 싶은 거 아니었나?”
“아니, 아냐…….”

돈가스를 잘 자르길래 그걸 구경했다는 말은 죽어도 못 한다. 네로는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얌전히 돈가스를 받았다. 제 몫의 볶음밥도 좀 덜어서 줘야 할 거 같았는데 이쪽은 이미 먼저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먹던 걸 주기가 좀 그랬다.

안경이 불쑥 말을 꺼냈다.

“고양이 이름을 지금이라도 짓는 게 어때?”
“어? 어어……. 뭐 그게 좋을지도.”
“생각나는 이름 있나?”

네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름 같은 거 붙일 생각도 안 해봤고. 길가에 넘치는 아무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인다면 그건 일반 고양이가 아니라 그 이름으로 불리는 특별 고양이가 된다. 특정 대상만 골라서 특별 취급을 한다는 건 그 녀석을 특히 더 아끼고 돌보아야 한다는 뜻이 되니까, 그런 건 피하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네로는 오늘 사흘 치 일당을 털어서 고양이 병원비를 냈다.

……내 이름이 고양이 이름 취급 받는 것도 사양이고.’

안경의 말마따나 이름을 붙일 때가 온 것이다.

“글쎄, 난 대충 아무 고양이들 전부 형씨라고 불렀지만.”
“병원에서는 암고양이라고 하던데.”
“그러니까.”

안경은 포크로 단무지를 찍었다.

“그럼 그냥 형씨라고 하는 건 어때.”
“암고양이인데?”
“암고양이는 형씨라고 하면 안되나?”

안경이 그렇게 물어오니까 할 말이 없었다.

“그래 그럼……. 형씨로 해.”

그리고 네로가 받은 돈가스를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되갚지 고민하는 사이에 안경이 먼저 식사를 끝냈다.






*

검은 고양이 형씨는 일주일 정도만 요양하고 그 뒤로 원래 제가 살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그 사이에 네로는 안경과 몇 번 더 만났다. 학교에서 받은 과제물을 전달할 겸, 고양이 형씨의 안부를 물어볼 겸. 학교를 왜 안 오냐고는 안 물어봤다. 궁금하긴 한데 딱히 그렇게까지 궁금하진 않았다. 정확히는 불필요하게 깊게 얽히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건 좀 부담스러우니까. 서로의 이름만 알고, 둘 사이에는 고양이 한 마리만 있는 지금 이 슴슴한 상태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형씨, 그대로 네 집에 눌러붙을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네.”

파우스트네 집 앞마당에 적당히 쭈그려앉아서 고양이 급식소 정경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귀여운 털동물들이 잔뜩 모여서 밥 먹고 있는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여차하면 우리 집에 있어도 된다고 할 생각이었지만……. 형씨도 긍지가 있으니까.”
“긍지?”
“길고양이도 길고양이 나름대로의 긍지가 있는 법이다.”

들에서 사는 건 확실히 힘들다. 그건 어렵다. 그런 삶도 있지만 어려워서 들판이 아니라 길거리로 몰리는거야. 네로도 그걸 아주 모르지는 않다. 그도 들에서 살아봤으니까. 정말정말 자유롭지만 저를 붙잡을 곳이 아무도 없어서 막막하고 드넓은 들판에서. 그리고…… 이대로 이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은 기분이 종종 들었고. 그게 자주 있게 되었고. 그래서 결국 들판에서 도망쳐서 고양이처럼 이 길거리로 숨어들었다.

“형씨 말고 다른 애들도 이름 붙여줬어?”
“아니, 형씨는 환자니까 따로 이름을 붙인 거다. 나머지는 붙이지 않았어.”
“정들까봐?”

파우스트는 중지로 안경테를 고쳐 올렸다.

“길고양이에게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건 실례니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누가 봐도 정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을 하고 있다.

확실히, 그 말은 옳고, 고양이 선생 파우스트의 통찰을 존중한다. 길고양이도 이들도 창의 안쪽에서 바깥 거리를 보는 감각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그게 부감인지 관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창 밖으로는 나가고 싶지 않다. 네로도 그렇게 안전한 위치에서 파우스트를 보고 있다.

“방금 말투 굉장히 고양이 선생 할아버지 같았다.”
“고양이 선생이면 선생인거고 할아버지면 할아버지인 거지, 뭔가?”

고양이는 좋다. 특히 집고양이가 아니라 길고양이는 더 좋다. 일단 인간에게 관심이 없고, 설령 흥미가 생겨도 너무 달라붙지 않는다. 고양이를 통해서 가끔 만나게 되는 사람도 좋다. 오전에만 출석하는 학교에서도. 담임은 이제 더 이상 전학생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프린트만 내준다. 네로도 이제는 껄끄럽지 않게 그걸 받아와서 고양이 급식소 우편함에 꽂아둔다. 고양이 급식소 동아리 멤버로서 고양이 모양의 창을 내고 그 창으로만 서로를 바라보는 이 시간에 즐겁다는 감각이 부여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러니까 네로는 파우스트의 거리 재는 방식이 저와 비슷해서 마음에 들었다.

“고양이 선생 같으면서 70년 정도 산 노인 같아.”

이렇게 말하면,
파우스트는 눈썹을 축 늘어뜨리면서 성실한 청년처럼 웃는다.

“뭐야, 그게…….”














~이하 사담~




원래 웹연성에 사담 잘 안다는데 이거는 2부 동연장 후기를 겸해서 몇 자 적습니다


동연장인데 네로파우(네로)...로 요청받았는데요 마호야쿠 알못이고 캐해도 2부까지만 본 수준이라 딱 거기까지 기반으로 했습니다
사실 이 조합 자체가 워낙 평양냉면 같아서(슴슴함이 매력이라는뜻) cp감을 전혀 못잡고 있었는데요 2부가 너무 웃기더라고요


파 : 너와함께한시간은내게무척이나마음편햇어
네 : 하하뭔소리야갑자기헤어지자고?
파 : 뭔소리야 니좋다고 칭찬하고잇는데
네 : ;;;;


파 : 즐겁지않은이야기를해야겟다....
네 : 헐..알겟어(이하손절당할결심.각오.존나비장함.도적질의과거를밝힐각오)
파 : 니자격증뭐잇는지보자
네 : ???
네 : ???
네 : 자소서안써도됨? 성장배경 위기와극복 없이?
파 : 아니 니 자격증달라고 커리어보게

이게 너무 웃겼음 진짜 개바보꽁트같아서요

그리고 여기 보고 나서 네로터너에 호감 생겼음
(생각급발진하는데 생각주머니 개뚱쭝하고 그거 그대로 망신살로 넘어오는... 약간 정신이 추한 남자)

사실 요청받았을땐 이 부분 보기 전이라 진짜 1도 감못잡았는데 이거 보고 나니까 웃겨져서 개그물 다시 도전하기로 함


웃겼나요 안웃겼겠죠 나만웃겼을테니까
그치만 빈말로라도 한번만 웃기다고해줘(동정표를 갈구하는거야 비참하게...)



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