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레아시스
2023-12-25 19:11:23
9606文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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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娛樂의 역설

데이테스. 데이비트가 테스카틀리포카를 소환한 날, 믹틀란 최하층에서 보낸 밤 이야기.
LB7 1주년 기념으로 썼습니다. 개인적인 뇌내설정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CP색이 옅습니다.


<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으브븝.”

테스카틀리포카가 굉장히 불만스러워 보이는 소리를 냈다. 바닥에 엎드린 채 데이비트에게 팔을 붙잡히고 다리를 짓눌려 제압당한 상태고 꼼꼼하게 재갈이 물려진 것 같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뭐, 조금 전과 별다른 것은 없는 것 같았다.
데이비트는 5분 분량의 백업 속에서 테스카틀리포카와 해본 대화들을 복기한 뒤 몸을 찍어누른 자세는 유지하고 입을 막은 것만 풀어주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말을 쏟아냈다.

“와 씨, 그래. 네 비상상황 데이터베이스 진짜 충실하네! 이 테스카틀리포카가 인정한다! 근데 내가 잘못하긴 했는데 그렇게 남이 궁금증 느낄 만하게 말하는 너한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

테스카틀리포카가 뭐라 떠드는 것을 무시하고 데이비트는 기록과 현재의 상황을 바탕으로 추론을 시작했다. 전능신 테스카틀리포카. 자신의 어이없는 구상에 어울려주기로 한 서번트. 유능하고 이지적이고 과제를 부여하면 바로 답을 내놓는다. 그러나 변덕스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전능’의 여파인지 새로운 지식에 탐욕스럽고 호기심이 많다. 자신은 조금 전 백업을 마쳤고, 테스카틀리포카를 자기 옆에 내버려 두었다.
데이비트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대답했다.

“잘은 모르지만 네가 과했을 거다. 객관적으로 봐서 위험한 행동이더라도 상대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지게 설계해 뒀다. 어지간한 짓을 해서는 반응하지 않을 거야. 네 탐구욕이 왕성한 건 파악했다만
“나야말로 묻고 싶다. 너 대체 지금까지 어떤 생활을 해왔길래 남이 너한테 키스하는 걸 위험상황으로 간주해?”
……. 왜 그런 짓을 해?”

데이비트는 진심으로 황망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백업을 마치고 각성했을 때 꽤 좋은 기분이었던 걸 보면 백업 전에 꽤 즐거운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기분이 전부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테스카틀리포카는 몇 초 뒤에야 투덜거리며 대답했다.

나는 자기 힘을 간단하게 빌려주는 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령의 좌에서 도는 이야기는 열심히 수집하고 있거든? 신의 피가 상당히 짙은 적 이외에게는 상처 입지 않는 개념방어보구를 가진 영령이 있는데, 공격행위는 몰라도 친애행위는 OK라서 흡혈 계통의 스킬은 통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단 말이야. 근데 네가 그렇게 말하면 당연히 궁금하잖아.”
“네 ‘당연히’ 는 대체 어디 기준이지? 고향? 테테오칸?”
“아 진짜!! 전능에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 호기심은 거기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거고, 우린 이제부터 전쟁을 할 거니까 네 요격시스템을 시험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고!!”

데이비트는 드물게 한숨을 쉬면서 몸을 일으켰다. 테스카틀리포카는 짓눌린 관절 부분을 두들기면서 일어섰다. 테스카틀리포카는 입이 막힌 게 어지간히 억울했는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고 데이비트는 현시점에 5분이 좀 덜 되게 만난 것이 전부인 타인이 흘리는 음성정보를 주워 담는 데 집중력을 많이 할애하는 상태였으므로 테스카틀리포카의 반응에서 위화감을 감지하지 못하고 넘어갔다.
데이비트는 이 사건을 ‘테스카틀리포카는 호기심 때문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녀석이다’ 라는 이유로 다음날의 5분에 포함시켰다. 그날의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는 테스카틀리포카의 반응을 보고 데이비트가 위화감을 느끼는 것은, 뭐, 좀 더 나중에 12천상의 북쪽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