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새로운 희망 시절 시점이라 루크도 강아지같은 4루크. 레아는 루크의 몇초 차이나는 쌍둥이 누나입니다.
평범한 현대사회의 직장인 딘 자린은 회사 동료나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은 취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직전에 침대에 누워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을 읽는 것이었고, 이는 퇴근 후 지친 몸을 힘들게 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스트레스를 풀기에 알맞았다.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것 저것 보는 편이었지만, 최근에 그를 로맨스 판타지에 푹 빠지게 만든 한 작품이 있었다.
“지금부터 괴물 대공가를 접수하겠습니다”는 직관적인 제목과 같이, 한번의 죽음 뒤 회귀 후 대공가의 굳건한 후계가 되는 전형적인 회귀 사이다물 로맨스 판타지였다. 주인공 레아는 이전의 생에서 흑마법에 빠져 반역자가 된 아버지 아나킨이 일으킨 전쟁에서 싸우다 죽은 뒤, 어린 시절로 회귀하여 아나킨의 탈선을 막고, 숨어있는 적들을 하나둘 척살하고, 세력을 부풀려 직접 공작가를 접수하는 내용이었다. 전투적인 기세로 수 싸움을 하는 주인공과 과하게 긴 고구마 없이 쭉쭉 풀리는 이야기에 매료된 딘 자린은 순식간에 완결까지 독파했다. 수많은 위기와 비극을 지나 기어코 도달한 꽉 닫힌 해피엔딩을 읽고 잠자리에 들었을때의 만족감은, 정말 오랜만에 그에게 편안한 잠을 내주었다.
그리고 그 숙면을 마지막으로 딘 자린은 더 이상 현대인이 아니게 되었다.
긴 이야기를 짧게 말하자면, 딘 자린은 “지금부터 괴물 대공가를 접수하겠습니다”의 세계 속으로 빠져버렸다. 물리적으로. 말 그대로 길 걷다 폭주한 이세계 전생 트럭에 치여 어느 유럽풍 도시의 골목 구석에서 깨어났단 말이다. 얼굴은 다른 인물이 아닌 딘 자린 그 자체였지만 나이가 오년은 줄어든 것 같았고, 어디 아픈 곳도 없었으며, 옷은 어느새 18세기인지 19세기인지 모를 평민 옷으로 바뀌어있었으며, 신기하게도 이 곳의 말도 글씨도 전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딘은 일단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고, 거리를 배회하던 중에 마차에 치일 뻔한 남자를 구해줬다. 자신을 그리프 카가라고 소개한 남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했고, 대화하다보니 딘은 그가 운영하는 여관 겸 주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던 딘은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아미달라 공작령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최근 며칠동안 파드메 아미달라 공작을 앓아눕게 만든 의문의 병이 사실 흑마법사의 사술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소문도 듣게 되었다. 그제서야 딘 자린은 자신이 지금 웹소설의 대세 클리셰 중 하나인 '읽은 책에 빙의하기'를 겪고 있고, 회귀한지 얼마 안된 레아가 어머니의 암살을 막아 아버지의 흑화의 불씨를 꺼뜨린 시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딘은 자신이 바로 그 흔한 회빙환 소재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이 어이 없었다. 아니, 사고를 당할 뻔한 아이를 구한적도 없고, 과로사한 기억도 없고, 악플은 커녕 댓글 하나 단 적도 없는데 갑자기 왜? 심지어 자신은 젊거나 특출나게 잘생기지도 않았고, 로판을 많이 읽긴 했어도 줄거리를 얼추 기억할 뿐이지 내용을 디테일하게 달달 외울 정도도 아니었다. ...애초에 나같은 아저씨가 로판에 빙의해서 뭘 어쩌잔거지? 누구 좋으라고?
어쨌든 딘은 결심했다. 절대로 대공가를 포함한 주인공과 엮이지 않을 것이라고!
레아와 그의 일행의 앞에는 언제나 수많은 역경과 고난이 펼쳐졌고, 흑마법 추종자들과 전면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딘 자린은 마나도, 오러도 없는 평범한 자신이 목숨줄을 연명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돈을 모아 공작령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조용히 살자.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하게.
그렇게 몇달을 보내던 딘 자린의 다짐은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처참하게 뒤엎어졌다.
시작은 식료품을 조달하러 간 장터에서 딘이 들고 있던 과일을 빤히 바라보던 어린아이였다. 얼추 세네살쯤 되어보이는 작은 아이는 헝클어진 곱슬머리와 흙이 잔뜩 묻은 더러운 옷에, 어린 나이치고 우울이 깊이 맺힌 눈을 하고 있었다.
웃기게도 이 이상적인 소설 속의 세계에서도 가난은 막을 수 없었나보다. 평범한 현대인의 감성을 지닌 딘 자린은 굶주리고 있는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고, 조심스럽게 과일을 아이에게 내밀었다. 아이는 내밀어진 과일을 빤히 바라보다 냉큼 딘의 손에서 뺏어내 황급히 먹기 시작했다. 아이가 다 먹을때까지 기다린 딘은 부모님이 어디있냐고 물었고, 아이는 그저 고개를 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집이 어딨냐는 물음에 아이는 골목길 안 쪽을 가리켰다. 다시 한번 아이의 두 눈을 마주한 딘은 심장이 산산조각 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는 그로구를 거두게 되었다.
그로구의 보호자가 되기로 한 딘은 그리프의 여관에서 하는 일을 더 늘렸다. 다른 이들의 잔심부름도 도맡아 했고, 이 과정에서 여관의 마부가 동물들이 딘을 잘 따른다는 것을 깨달아 마구간지기의 조수 일도 하게 되었다.
그 날도 밤에 여관의 손님들이 맡긴 말들이 잘 지내는지 확인하러 마구간으로 향하던 참이었다. 그러다 두 건물 사이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고, 그는 그림자를 향해 등불을 들어 올렸다. 일렁이는 빛은 딱 봐도 불량배같은 두 사내와 그들보다 조금 작은, 로브를 입은 인물을 비췄다. 딘은 한숨을 삼키며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이 이상 소란을 피우면 소리를 지를겁니다. 아미달라 공작령의 치안은 꽤 좋은 편이니 금방 경비병이 올 겁니다."
"어이, 괜히 영웅 놀이 하지 말고 좋게 말할때 비키지? 우리가 볼 일 있는건 저 녀석 뿐이야." 머리가 나빠보이는 녀석이 빈정거렸다.
"그렇게 둘 수는 없습니다." 너무나 전형적인 로판 엑스트라 깡패같은 대답에 딘자린이 한숨을 삼키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네녀석도 가진걸 다 내놓던가!" 머리가 더 나빠보이는 녀석이 또 전형적인 말을 하며 냅다 주먹을 내질렀다.
여기서 말하지만 딘 자린은 평범한 직장인치고는 제법 잘 싸우는 편이었다. 그는 파병간 곳에서 얻은 부상으로 은퇴하기 전까지는 직업군인이었고, 오랜 훈련의 경험과 이세계에 뚝 떨어져도 그만두지 않은 운동 루틴은 그를 너무 둔해지지 않도록 유지해줬다.
그래서 딘은 제대로 쥐어지지도 않은 주먹을 손 쉽게 피하고 사내의 명치를 단번에 때렸다. 컥 소리와 함께 무너진 사내 뒤로 당황한 다른 이가 달려들었지만 그도 별 다를 바 없는 시정잡배였기 때문에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딘은 기절한 불량배 둘을 뒤로하고 바닥에 내려뒀던 등불을 다시 들어올렸다.
"괜찮습니까?"
여태 딘의 뒤에서 조용히 서 있던 로브를 쓴 인물이 고개를 들자 시리도록 푸른 눈이 딘을 마주했다. 청년이라고 해야할까? 아직 앳된 티가 나는 얼굴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랐는지 살짝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후드 밑으로 살짝 삐져나온 금발이 달빛에 빛이 났다. 딘 자린은 말 없이 굳어버린 청년을 잠시 바라보다 습관적으로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다시 한번 물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아, 아. 네네. 저 괜찮아요. 아주 건강합니다."
로브를 쓴 청년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허둥지둥 대답했다. 그 어리숙한 모습에 몰래 쿠키를 먹다 들켜 허둥거리는 그로구가 생각난 딘은 살풋 비져나오는 웃음을 막지 않았다. 청년의 얼굴이 더욱 새빨개졌다.
"그러면 이 골목에서 나가죠. 경비대에 이 둘을 신고해야하기도 하고."
"저! 신고는 저한테 맞겨주세요! 제가 경비대를 좀 잘 알아요."
"아, 네. 그러세요."
그렇게 골목 밖으로 나간 딘은 청년에게 정말 혼자 둬도 괜찮겠느냐 여러번 물어보았지만, 로브의 청년은 정말 정말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기에 결국 그를 혼자 내버려두고 마구간으로 돌아갔다.
그것으로 끝일 줄 알았지만...
청년은 어떻게 안 것인지 다음 날 여관으로 찾아와 감사의 의미로 꼭 받아달라며 꽃과 과일 바구니를 들고 왔다. 그럴 필요 없다고 사양을 하려 딘이 입을 열던 차에, 소란을 듣고 내려온 그로구가 과일 바구니를 보고 환호의 소리를 질렀다.
"안되지, 그로구. 인사부터 해야지."
달려온 아이를 익숙하게 안아들고 청년을 다시 마주하자 어째서인지 조금 시무룩해보이는 얼굴이 보였다.
"아, 귀여운 아이네요! 결혼하신 줄 몰랐어요..."
"?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아! 네!"
그러더니 또 다시 활짝 웃는게 아닌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이 청년은 자신을 루크라 소개했고, 그로구에게 작은 열매 몇개를 먹여주며 자연스럽게 꽃과 과일 바구니를 딘의 소유로 넘겨버렸다. 딘은 여우에게 홀린 기분으로 여관을 나서는 루크를 배웅했다. 어쩐지 어디서 이름을 들어본 것 같다는 기시감과 함께.
루크는 여관의 단골이 되었다. 딘이 여관 1층의 주점에서 서빙을 하는 날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꼭 찾아와 테이블을 차지하고 주문을 했다. 그로구와 여관 일 사이를 왕복하는 것으로 하루가 보내는 딘에게 루크는 갑자기 굴러들어왔지만 썩 불편하진 않은 돌이었다. 주변을 밝고 기운차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이 청년은 오히려 반복적인 일상을 환기시켜 주고는 했다. 와중에 자꾸 꽃과 함께 선물을 들고 오는 것은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거절하려 말을 꺼내려 하면 비 맞은 강아지처럼 시무룩해져서 마지못해 선물을 받아줬다.
그래서 한번은 딘이 꽃 한송이와 함께 장갑을 선물해줬다. 볼때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커다란 로브 속에 숨은 루크가 두 손을 항상 소매 안으로 넣어 가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냥 딘 앞에서 자꾸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이 부끄러워서 였지만, 사정을 모르는 딘은 그저 맨손이 보이는것을 꺼리나보다하고 보답삼아 제법 괜찮은 질의 장갑을 사줬다. 꽃은 항상 가져오기에 좋아하는 것 같아서 같이 줬고. 딘에게 처음으로 선물 받은 루크는 눈을 크게 뜨고 몇번 깜빡거리더니 냅다 딘을 껴안았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놀란 딘은 양 손을 어정쩡하게 들고 눈으로 여관의 다른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쩐지 뜨뜻 미지근한 시선만 돌려받았다.
그렇게 지루할 틈이 없는 나날을 지내며 아미달라 공작가의 끊임없는 모험과 혁신에 대한 소문을 알음알음 듣기에도 얼마나 지났을까. 대충 이쯤이면 레아가 공작가 내부의 세작들을 숙청하고 황도에 진정한 흑막이 있음을 알아챘겠거니~하는 잡생각을 하며 마구간을 나서던 딘의 시야에 갑자기 커다란 꽃다발이 등장했다.
"좋아합니다 딘씨, 저와 정식으로 교제해주세요!"
루크의 두 눈은 흔들림 없이 빛이 났고, 조금의 망설임이나 거짓도 없었다. 그리고 루크의 등 뒤로 조금 떨어진 나무기둥에는.... 갈색 머리통 둘이 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롤빵처럼 돌돌 말아 틀어올린 머리와, 바람이 훑고간 것 처럼 일부러 적당히 흐트려 멋을 낸 머리칼이었다.
그 머리통들을 본 순간 딘 자린의 머리 속에 잊고 있던 한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이야기가 레아에 집중하느라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은, 레아의 쌍둥이 형제 루크 아미달라-스카이워커! 그는 이전의 시간대에서는 흑마법에 정신이 오염된 아나킨의 손에 죽어버린 조연이었고, 레아가 회귀한 후에는 꾸준히 성장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흑마법 추종자들과의 전쟁에서 큰 활약을 했다.
하지만 검술이 뛰어나다는 것 외에는 별 묘사가 없었는데... 아나킨의 스승 오비완의 가르침 아래에 도인처럼 자랐던게 아니었나? 왜 여기서 노닥거리고 있지? 아니, 그럼 애초에 예전에 깡패들한테 시비 걸렸을때 내가 도와줄 필요가 없었던거 아냐? 세상에, 티라노 앞에서 햄스터가 폼 잡은거잖아?
온갖 잡념들로 도피에 빠졌던 딘은 시야 가장자리에서 사부작거리는 머리통들로 인해 이야기의 주인공인 레아와 그녀의 호위이자 후에 약혼자가 될 한이 자신을 지켜본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렸고, 심지어 바로 그 주인공의 남동생이 자신에게 고백을 한 현실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환생 트럭처럼 들이닥쳤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냥 선물을 주는게 아니라 꽃과 함께 주는 행위는 상대에게 연애적 관심이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
이게 이러면...
어라.
이거, 아무래도 장르가 좀 다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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