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morrie
2026-05-07 22:24:29
2071文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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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고백

stzp

스티븐과 재프, 두 사람은 상당히 이상한 관계로 변했다. 스티븐이 재프에게 고백하고 차인 다음부터 말이다. 아니, 어쩌면 재프 한 사람에게만 그럴지도 모른다. 재프는 매일 마주쳐야 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받았고 심지어 차버렸다는 사실이 그를 그렇게 거슬리게 만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스티븐은 정말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는 전혀 괴로워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그의 태도였다. 분명 좋아한다고 진지한 태도로, 애틋한 눈으로 고백해온 게 며칠 전의 일인데 그는 실연할 때부터 지금까지 의연했다. 아니, 이런 사랑은 어딜 가서 또 찾을 수 있다는 자신이라도 있는 양 태연했다. 고민 끝에 고백한다는 게 역력한 태도였는데, 지나고 보니 그 “좋아해. 나와 교제해주지 않겠어?”라는 말이 재프의 “오늘 너희 집에서 자고 싶어.”라는 말처럼 가벼웠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대?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이봐, 캐시. 그렇게 정장 쫙 빼 입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날 무슨 엔조이로 쓰려고 했다는 게 믿겨? 그렇게 잘생겨서 여자 후리는 데 도가 텄을 사람이 나한테 고백해서 뭘 얻을 수 있는지 너라면 알겠어?”

재프는 여자 친구에게 푸념했다. 그의 육감적인 여자 친구는 도무지 구제할 방도 없는 쓰레기인 재프와 몸을 섞는 사이였지만 진지하게 교제하는 사이는 전혀 아니었다. 그런 것과는 정반대되는, 진지하지 않아 제법 오래 지속된 편안한 인연이었다. 말 그대로 정말 여자인 친구였던 그녀는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재프의 구체적이고 구구절절 길어진, 재프답지 않은 감정의 동요를 들어주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이 쏟아붓기만 하는 어린애 같은 남자의 투정이 길어질 조짐이 보이자 그녀는 일어나 앉았다.

“오늘은 섹스할 기분이야?”
“응, 할 건데.”
“내가 별로 안 하고 싶어. 그 얘기 좀 더 해봐.”
“뭐야, 너도 그 사람한테 관심 있어?”
“관심은 네가 있겠지, 바보야. 난 안 해. 오늘은 너랑 해봤자야. 그러니까 하던 얘기나 계속 해.”
“어? 어, 응. 아, 그러니까 그 사람이 어땠냐면…….”

여자의 단호한 태도에 재프는 하던 말을 계속 했다. 물론 머리가 정리되지 않아 앞서 했던 말의 반복과 단순한 불평에 불과했지만, 여자는 관심 있게 들어주었다. 재프가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녀는 재프가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사람을 성장하게 하기 마련이고, 재프에게 말하면 절대로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는 그렇게 성토하는 그 사람을 반쯤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재프가 입을 삐죽거리며 여자에게 어때 보이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고민하다 말했다.

“그러면 네 쪽에서 다시 고백해 보면 어때?”
“뭐?”
“네가 해보라고. 정말 좋아해서 고백했던 건지 신경이 쓰인다는 거잖아.”
“그- 그렇긴 한데…….”
“봐봐, 그 사람이 정말 좋아하지 않아도 고백할 수 있는 거면, 너도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럼 네가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나서 반응을 보면 그 사람이 널 정말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지. 안 그래?”

그 행동이 불러 올 결과를, 여자는 조금이나마 알았지만, 재프는 전혀 모르는 채로 둘만 있을 시간을 노려 스티븐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두 번째 고백을 했다.

“아, 읏, 자, 잠까안, 응, 으읏.”
“네가 알아줄 줄이야. 상상도 못 했어…….”
“앗, 정말 좋아하, 윽, 앗, 기다,”
“정말 좋아한다니, 하아, 믿기지 않아……. 냉정한 네 태도에, 후, 잊으려고 했었는데…….”

……라는 밤을 지나.

“너 때문이잖아! 네가 고백하라고 해서 이렇게 된 거야, 어? 알아? 아냐고!”
“그래서, 오늘은 왜 왔어? 남자 친구 버리고 나랑 하러 온 거야? 아니면, 어떻게 책임을 져 주면 돼? 내가 부추겼으니 이 남자와 헤어져 주세요, 하고 말하기라도 할까? 극성 학부모처럼?”
“아니, 남자 친구는 무슨! 난 아직 인정 안 했어!”
“사귀게 됐다면서. 왜, 뭐가 문제야?”
“전부 다! 전부 다 문제라고! 네가 그런 말만 안 했으면 나는 저 사람하고—— 이런, 전화가…… ……예, 예. 아니, 밤에는 꼭 들어갈 테니까요…… 아니에요, 정말, 아니라니까요!”
“좋아 보이네.”
“그러니까 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