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 "손님, 요즘 자주 얼굴을 보네."
시즈마 "기쁜데. 얼굴 외워 줬구나."
점원 "항상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주문. 넣는 설탕 개수까지 외워 버렸어."
시즈마 "커피가 맛있는 집은 어디에나 있지만, 난 이 커다란 창이 좋아서 말이야."
점원 "그렇게 좋은 건가? 왜곡이 심해서 바깥 풍경도 제대로 보이지 않잖아."
시즈마 "다이쇼 시대의 낡은 유리야. 기술이 미숙했던 시대에는 똑바로 만들 수가 없었거든."
점원 "역시 별로야."
시즈마 "거기다 깨지기 쉽지."
점원 "싫다. 가게의 유리, 전부 이건데."
시즈마 "신경 써서 관리해왔다는 증거야."
여자는 탁자 위로 몸을 기울인다.
점원 "실은 노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거지?"
시즈마 "글쎄, 어떨까."
점원 "있다는 얼굴인데."
시즈마 "여기 건전한 카페 아니었어?"
점원 "맞아. 하지만 손님에 따라선 불건전해지기도 해."
여자의 미소가 다른 종류의 것이 된다.
남자가 고개를 기울이는 각도를 바꾼다.
짜증나는 대화다.
그들의 미소는 진심이 아니다.
거짓말을 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의, 단순히 막힘 없을 뿐인 주고받기였다.
나는 안쪽의 소파석에 앉아 있었다.
시즈마 씨는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
점원과 농담 뿐인 대화를 하고 있다.
나는 줄곧 그쪽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쪽도 마찬가지로, 이쪽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듯했다.
그렇다고 해도.
면담하기 좋은 도내의 가게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한 건 나였지만.
시즈마 씨 본인이 자주 오는 가게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거기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기까지 한다는 건 논외다.
드디어 뜨거운 커피에 익숙해졌을 무렵,
의뢰인은 나타났다.
여성 "늦어서 죄송해요, 길을 헤매서. 오오사키 씨가 맞으실까요?"
오오사키 "네."
여성 "전화로 친절히 상담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오오사키 "아닙니다, 앉아 주세요."
어깨 위까지 그림자를 드리우는, 커다란 모자를 쓴 여성이었다.
나오미 "아리아케, 아니, 카와이 나오미라고 합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사람을 찾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작은 가방에서 몇 가지 물건을 꺼냈다.
서류.
열쇠.
그리고, 한 장의 사진.
사진 속의 학생은,
긴장해서인지 약간 턱을 올리고 있다.
거의 눈가에 그림자가 없어, 얼굴만이 희게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보통 소년들에게 기대되는 용맹함은 느껴지지 않았고,
서 있는 모습은 하얀 백합처럼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나오미 "오빠, 아리아케 쇼타로에 대해 얘기해도 될까요?"
나오미 「이 사진은 10년도 더 된 거예요.
오빠는 지금, 27살.
최근의 사진은 없어요.
저희 남매는 소원했지만 전 항상 오빠 생각을 했어요.
저는 곧 결혼식을 올려요.
오빠에게서 답이 없어, 직접 집으로 찾아가 봤더니,
반년 이상 직장에도 어디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
나오미 "오빠는 생활을 내팽개칠 법한 사람은 아니에요.
분명 안 좋은 사건에 휘말린 거예요.
오오사키 씨, 이런 이야기만으로, 오빠의 행적을 쫓아주실 수 있을까요?"
눈물젖은 눈을 가까이 한다.
내가 대답을 해야 할 차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오미 "오오사키 씨?"
오오사키 ""
폐가 멋대로 수축한다.
땀이 전신의 피를 차갑게 한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이 사진에게서, 이 소년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아니, 아니다.
소년의 눈동자에, 이끌리고 있다.
돌연 몸이 소파에 파묻힌다.
옆에는 시즈마 씨가 있었다.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다.
거리낌 없이 거리감을 좁힌 한편,
그의 시선은 의뢰인인 나오미 씨만을 향하고 있었다.
나오미 "당신은..."
시즈마 "마찬가지로, 탐정사 직원입니다."
나오미 "방금 전에 저쪽에 앉아있지 않으셨나요...?"
시즈마 "아뇨? 잘못 보신 거겠죠."
시즈마 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로 회답하자, 나오미 씨는 머리를 숙인다.
...이런 말을 그대로 믿어 버리다니,
그녀가 평소에 겪을 고생이 눈에 보였다.
시즈마 씨는 서류에 손을 댔다.
시즈마 "오빠분은 시부야에 살고 계신 것 같네요."
나오미 "네."
시즈마 "이 열쇠는?"
나오미 "문을 열어야 해서, 경찰에게 부탁해 만들었어요."
시즈마 "그러면 실종수사 요청은 하신 거군요."
나오미 "네. 하지만, 진전이 없어서..."
시즈마 "그래서 저희 쪽에 의뢰를."
나오미 "네."
대화의 진행은 빨랐고, 사실만이 오고 갔다.
그건 나도 알고 싶다.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힌 듯 했다.
나오미 "도내의 탐정에게도 상담했습니다. 하지만, 전부 거절당하고 말아서..."
시즈마 "거절을요?"
나오미 "이유는 모르겠어요. 이렇게 마주해 주신 건, 신키바탐정사의 분들뿐이었어요..."
시즈마 "마음껏 우셔도 괜찮아요. 저희는 의뢰인의 마음을 헤아려드리는 걸 모토로 하고 있으니까요."
손가락으로 이쪽을 가리킨다.
시즈마 "오빠분은 반드시 찾아 드릴게요. 저희의 에이스, 오오사키 탐정이."
나오미 씨는 곧 웃는 얼굴로 가게를 나섰다.
바깥에는 검은 차가 주차되어 있다.
키가 큰 남성이 문을 열어 그녀를 맞이한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그 풍경은,
외국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남은 것은 서류와, 열쇠와, 사진.
그리고 시즈마 씨의 미소다.
시즈마 "행방불명이 된 사람의 흔적을 쫓는 조사라, 몸이 근질근질하겠는데, 오오사키 탐정."
오오사키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말아 주세요."
시즈마 "그치만 전부 들을 수 있었잖아."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오오사키 "면담에서의 질문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시즈마 "얘기하고 싶은 건 빨리 얘기해버리는 편이 의뢰인으로서는 마음이 편할걸.
이건 전 의뢰인으로서의 귀중한 의견이다."
오오사키 "일에 끼어들지 말아 주세요."
시즈마 "매정해. 기껏 널 위해서 나와 줬는데."
오오사키 "하?"
시즈마 "몰랐어?"
그러자 그는 소년의 사진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즈마 "이걸 본 순간, 너 안색이 최악이었어.
숨을 헐떡이더니 식은땀까지 흘리고.
똥이라도 마려운 것 같은 얼굴로"
나는 빠르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오오사키 "장소 제공 감사합니다."
시즈마 "또 봐. 의지해 줘서 기뻤어."
바깥은 지독하게 더웠다.
햇빛을 피할 곳도 찾지 못해,
지나가던 택시에 올라탔다.
시즈마 씨가 말한 대로였다.
사진을 본 순간, 나에게는 이변이 일어났다.
가슴 깊은 곳에서,
싸늘한 무언가가 떠오르는 감각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진정되었다.
냉정하게 사진을 바라볼 수 있다.
이 위화감의 정체를 눈치채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 감각을, 이 소년을,
아무래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요요기에 가까운 시부야의 주택가.
아리아케 쇼타로의 집은 정적에 싸여 있었다.
전기는 언제부터인지 끊겨 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불빛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식기는 두 사람 분.
그 중 한 사람의 몫은 선반의 안쪽에 놓여 있다.
부엌이나 화장실, 옷가지 등은 한 사람 분.
이전에는 다른 사람이 드나들기도 했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주인을 잃고 마찬가지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사무실로 복귀했다.
첫 조사 결과를 나오미 씨에게 전했다.
나오미 "오빠의 취미 말인가요?"
오오사키 "음악이나 스포츠, 독서 같은 것이요."
나오미 "그런 건 아주 잠깐, 피아노를 배웠던 것 같아요.
그다지 실력이 늘질 않아서, 하나의 연주곡을 계속 반복해서 쳤던 기억이 있어요.
그게 뭔가 관련이 있나요?"
오오사키 "시부야의 집에 취미와 관련된 물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리아케 씨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지내셨던 건 아닐까요?"
그녀는 순간적으로 숨을 삼킨다.
그리고 기억을 떠올리듯이 말했다.
나오미 "별장이 있었어요. 아직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무렵, 가족끼리 자주 갔었어요.
오빠도 그 집을 좋아했으니까, 어쩌면..."
오오사키 "장소는 아십니까?"
나오미 "잊어버렸어요. 하지만, 풍경이라면 기억해요. 그건,"
「섬」
「언덕」
「거리의 불빛」
그녀가 나직하게 읊는 기억의 단편을, 종이에 옮겨 그린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을,
다음날, 쇼난 이나무라가사키의 바닷가에 겹쳐 보았다.
여기다.
오른쪽에 에노시마,
왼쪽에 약간 높은 언덕이 있다.
언덕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이젤을 세워 두고, 바다와 해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오사키 "수채화인가요?"
남성 "네."
오오사키 "오늘의 풍경은 아닌 것 같은데요."
남성 "조금 전이에요.
파도가 잔잔한 날에 스케치를 해 버려서."
오오사키 "근처에 살고 계시는군요."
남성 "네."
아리아케(오오사키) "저는 아리아케라고 합니다."
그는 붓을 멈췄다.
아리아케(오오사키) "이 근방에 친척이 살고 있어서요.
같은 이름의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알고 계십니까?"
남성 "글쎄요."
그는 다시 바다를 보았다.
첫 정보 수집은 헛발질로 끝났다.
화가를 방해하는 것은 미안해서,
나는 거리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남성 "아리아케 씨."
부르는 소리에 멈춰 선다.
뒤를 돌아보자, 그는 화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남성 "함께 찾아 볼까요?"
거절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우리들은 걸음을 나란히 했다.
남성 "이나무라가사키에는 별장이 많아요.
가끔 찾아오는 도시 사람들과는 얼굴 마주칠 일도 잘 없습니다."
언덕길을 오르는 도중, 몇 개의 문패를 지나친다.
고개를 돌려 수첩의 풍경과 바다를 겹쳐본다.
같은 바다다. 하지만, 첫 인상과는 멀어진 것처럼 보였다.
아리아케(오오사키) "조금 다른 곳을 찾아 봐도 괜찮을까요?"
남성 "그 그림은?"
아리아케(오오사키) "별장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기억에 의존해 그렸어요."
남성 "...그렇군요."
이번엔 내가 앞장서서 걷는다.
그 뒤를 지역 주민이 따라온다는, 기묘한 행렬이었다.
이윽고 문패를 발견했다.
울타리 안쪽에는 2층집이 있다.
아리아케 쇼타로, 그 사람의 집이 틀림없었다.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집 안에 메마른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누구의 귀에도 닿는다는 느낌이 없다.
남성 "집을 비운 거겠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보시는 게?"
문은 잠겨 있었다.
남성 "저기, 친척이라고 해도 함부로 문을 건들면..."
나는 근처의 창문을 깼다.
남성 "?!"
아리아케(오오사키) "허가는 받았습니다.
부재중인 것 같다면, 무단으로 침입해서라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남성 "누, 누구 허락으로요!?"
아리아케(오오사키) "여동생 분입니다."
남성 "아무리 그래도...!"
아리아케(오오사키) "아리아케 씨가 행방불명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돌아가 주세요."
남성 "저도, 따라갈게요...!
다, 당신이 도둑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나는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서 현관문을 열어, 정중하게 그를 안으로 들였다.
원래부터도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던 건지,
휴대용 램프가 놓여 있다.
구두가 한 켤레 놓여 있다.
하지만, 우리 이외의 인기척은 없다.
실내는 먼지 냄새로 가득차 있었다.
어디에선가 미지근한 바람을 느낀다.
그건 실제로 피부에 닿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흐리는, 불쾌한 기척이었다.
복도의 막다른 곳,
첫 번째 문에 손을 올린다.
그 방이야말로, 수상한 냄새의 근원지였다.
아리아케(오오사키) "경찰을"
먼지 냄새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리아케(오오사키) "경찰을...!"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금 전까지 곁에 있었던 남자는, 홀연히 사라져 있었다.
오오사키 "가족분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안부 확인차 방문했습니다."
경관 "그럼, 당신이 첫 번째 발견자군요."
저 말고도, 한 명 더...
하지만 남자의 이름을 묻지 않았던 것을 떠올린다.
애초에, 남자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어, 관련 언급을 할 수가 없었다.
남성(*근데 맥락상 오오사키..인듯) "...네"
결국 나는 "사건 현장"이 되어버린 별장에서, 경찰의 취조를 받게 되었다.
잠시 후 현관이 소란스러워졌다.
여성의 비명이 가까워진다.
나오미 "오라버니! 오라버니!"
나오미 씨는 주변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사건 현장인 욕실로 뛰어들었다.
시체는 물기 없는 욕조에 눕혀져 있었다.
전신이 말라비틀어지고, 피부가 수축되어,
뼈의 윤곽이 드러난 채로.
편안하게 잠든 것 같은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시체에 닿고자 하는 나오미 씨를, 그녀의 남편이 손이 닿기 직전에 껴안아 멈춰세웠다.
뒤늦게 들어온 경찰이 그녀에게 봉투를 건넨다.
경관 "2층의 침실에서 유서가 발견되었습니다. 나오미 씨, 당신 앞으로 쓰여 있습니다."
나오미 씨는 떨리는 눈동자로 문면을 훑으며,
그리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시즈마 "엄청난 얼굴이네, 오오사키 군."
오오사키 "...당신이야말로."
며칠만에 만난 시즈마 씨는, 피부를 옅게 태우고 있었다.
선글라스 모양으로 눈가만 하얗게 남은 부분이 칠칠치 못하게 느껴진다.
창가석에 앉아 있어서,
시즈마 씨 쪽에만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시즈마 "요새 계속 더우니까 서핑하러 다녀 왔거든.
서핑이라고 해도 난 금방 더위 먹어서 누워 있었지만."
오오사키 "누구와"
시즈마 "응?"
오오사키 "누구와 함께, 바다에"
시즈마 "음, 나 혼자. 나 혼자였어."
그는 이쪽의 커피에 멋대로 설탕을 더 넣었다.
오오사키 "다른 탐정이 나오미 씨의 의뢰를 거절한 이유를 알았어요."
시즈마 "뭔데?"
오오사키 "오빠를 찾아내더라도, 슬프게 만들 뿐이었던 겁니다."
행방불명된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그 전말이 행복한 이야기인 경우가 적다.
시즈마 "너는 바보같을 정도로 정직하게 잘 해냈어.
확실히 여동생 분한테 있어서는 괴로운 진실이었겠지만.
오빠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 뭐 '다행'인 거지.
아무도 발견해주지 않는 것보다는 말이야."
나는 말 없이 다시 생각에 잠겼다.
시즈마 "유서에는 어떤 말이 쓰여 있었어?"
오오사키 "...나오미. 부디 내 몫까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시즈마 "마치 결혼식 축사 같군. 미담이야 미담."
오오사키 "...그 시체가 진짜 오빠라면 그렇겠죠."
시즈마 "에?"
...시체의 손톱은 길었고, 드문드문 흰머리가 보였다.
오오사키 "20대의 시체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즈마 "하지만 여동생 분은 오빠가 맞다고 했잖아."
오오사키 "그때, 나오미 씨는 착란 상태였어요."
시즈마 "하지만 봐, 유서도 있는데."
오오사키 "친동생 이름을 히라가나로 적는 게 보통일까요?"
시즈마 "그말인즉...?"
오오사키 "누군가가, 다른 시체를 아리아케 쇼타로로 준비해 두었다거나."
시즈마 "그 누군가는, 무슨 이유로?"
오오사키 "모르겠습니다."
시즈마 "이 뒤는 경찰이 할 일이다. 유서가 있다고는 하지만, 시체는 부검으로 넘겨질 거야."
오오사키 "그게... 나오미 씨의 요청으로, 바로 화장해 버렸습니다."
유서의 유무로 인해, 경찰도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다.
오오사키 "시즈마씨, 오늘 부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드디어, 시선을 올렸다.
오오사키 "아리아케 쇼타로의 별장에 와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건축에 정통한 당신이라면, 알아챌 수 있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즈마 "1층에 가구가 거의 없군, 팔아버린 걸까. 겉모습이 호화로운 만큼 좀 쓸쓸하네."
시즈마 씨는 무언가 흔적을 거슬러 올라가듯이, 2층으로 올라갔다.
침실이다.
오오사키 "유서는, 이 피아노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시즈마 "마침 먼지가 쌓여 있지 않네. 유서가 여기 놓인 상태로 3,4개월 정도 지났으려나."
시즈마 씨는 베란다로 향했다.
나도 그 뒤를 따른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문득 떠올라 풍경화를 꺼내 들었다.
...완전히, 똑같은 풍경이다.
나오미 씨의 말에서 받았던 인상, 그대로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림을 겹쳐 보자, 빛을 투과하여 바다가 잔잔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즈마 씨는 문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즈마 "현관의 램프. 먼지가 쌓여 있지 않았지. 누군가가 건드렸나?"
오오사키 "손댄 적 없습니다."
시즈마 "그리고 이 문고리. 녹슬지 않았어.
해풍이 드는 곳이라면 금속은 빠르게 녹이 슨다.
자주 손을 대서, 닦지 않는 한 말이야."
오오사키 "어떻게 된 걸까요?"
시즈마 "지금도 누군가가, 이 집에 살고 있는 거 아냐?"
이슬비가 내리는 아침이었다.
빗방울이 창문을 타고 흘러, 실내에 눈물 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나오미 씨의 약지에 끼워진 반지만이 선명히 빛나고 있었다.
나오미 "결혼식은 무사히 마쳤어요.
처음엔 시로무쿠.
피로연은 새빨간 드레스.
식탁보의 프릴까지, 제가 신경 써서 발주한 거예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늘어선 사진을 쓰다듬었다.
나오미 "당신 덕분이에요, 오오사키 씨.
또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에게 상담을..."
오오사키 "...나오미 씨"
나오미 "네."
오오사키 "주제넘은 요청이지만, 재조사를 하게 해 주세요."
목소리가 떨렸다.
어떻게 전해야 할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신중하게, 냉정하게,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이 없도록 내딛는다.
오오사키 "시체의 상황과 실내의 모습에서, 타살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오미 "..."
오오사키 "그 후 아리아케 씨의 직장에도 찾아가 봤습니다.
서류상의 필적과, 유서의 필적이 일치하지 않아요."
나오미 "소중한 편지니까, 오빠는 분명 정성을 들여..."
오오사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고 싶은 범인이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오오사키 "그 시체가 아리아케 씨라는 증거도, 아니라는 증거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 번 더, 아리아케 씨를 찾을 수 있는 허가를 제게..."
나오미 "오오사키 씨."
그녀가 손을 잡았다.
탁자 끝에서, 어느 샌가 주먹을 쥔 채 떨리고 있었던 손이다.
그녀는 가녀린 손가락으로, 손가락 하나 하나 그 경직을 풀어 간다.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을 보고, 그녀는 미소지었다.
나오미 "당신은 제대로, 오빠를 찾아내 주셨어요."
아니다.
나는 단 한 번도 확신하지 못했다.
나오미 "오라버니의 웃는 얼굴은 잘 기억하고 있어요.
그 시체의 눈꺼풀은, 오라버니의 눈동자랑 똑같아요."
아니다.
나는 알고 있다.
그 사람의 진실된 미소를.
나오미 "당신이 오라버니를, 천국으로 인도해준 거예요."
그녀는 가방에서 대량의 사진을 꺼냈다.
눈물 짓는 신부.
눈물 짓는 주변의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점점,
웃음을 되찾아 간다.
마치 영화 같은 연속사진이었다.
그 눈물흘리며 웃는 모습이 지금, 눈 앞에도 피어 있었다.
나오미 "당신도 초대할 걸 그랬어요.
왜냐하면 이 감동은, 당신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니까."
오오사키 "나, 나오미 씨."
나오미 "있잖아요, 이 사진, 봐 주세요."
하얀 유골함을 끌어안는, 붉은 신부...
나오미 "아아 나, 무척이나 귀여워!"
사진 속의 스스로에게, 그녀는 매료되어 있었다.
그녀가 떠나간 후, 나는 한참을 일어서지 못했다.
오늘의 날씨는 눈물 같은 비라고 생각했다.
진실을 알고 있는 누군가의, 무념의 눈물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맞은편에 시즈마 씨가 앉아 있었다.
시즈마 "...진짜 오빠를 찾아 달라고는, 말하지 않았지.
비극의 히로인이 될 수 있다면 어떤 결말이든 상관 없었던 거야."
살아 있든.
죽었든.
감동적인 재회는 연출할 수 있다.
그녀는 진실보다도, 아름다운 결말을 택한 것 같다.
나는 수첩을 펼쳤다.
소년의 인상파기와, 시체의 양상, 베란다의 풍경.
그 페이지들을 찢어 내어.
시즈마 씨의 담배를 빼앗아 불을 붙였다.
유리로 된 재떨이 안에서, 그것들은 검게 수축해 간다.
그 일련의 화장을,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오오사키 "시즈마 씨,
저에게, 서핑을 가르쳐 주세요."
134번 국도를 달린다.
도내의 비 속을 빠져 나오자, 거짓말처럼 맑게 갠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도착지는 이나무라가사키의 해변이었다.
바위 뒤에서 옷을 벗는다.
시즈마 씨는 그 후 선글라스의 모양도 모를 정도로 피부가 타 있었다.
차 위에까지 서핑 보드를 싣고 있는 걸 보면 꽤나 심취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수영복이 없었기 때문에, 기장이 긴 속옷 한 장만을 입고 해변으로 향했다.
이런 노출도, 해변에서는 평범한 일이었다.
하지만 미국인에게서 받았다는 커다란 서핑보드는 어떻게 해도 눈에 띈다.
모래사장 위에서 연습하는 동안, 어린아이들이 모여들기도 했다.
시즈마 "패들링과 테이크오프 하는 법은 이 정도일까.
다음은 파도를 고르는 법인데..."
그는 멀리 있는 파도를 손가락으로 세었다.
시즈마 "저기, 보여? 파도가 해저의 바위에 부딪혀서, 딱 좋은 정도로 무너져 있어.
너 같은 초심자를 위한 서핑 포인트다."
나는 파도를 찾던 중, 문득 언덕 위의 사람을 발견했다.
그는 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한다.
그 남자의 그림은, 아리아케 씨의 베란다에서 보이는 풍경이었다고.
아리아케 씨는 살아 있을까.
죽은 걸까.
만약 나오미 씨가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면, 그 때에는
오빠에게 어떤 말을 하게 될까...
시즈마 "오오사키 군! 저 너머에 좋은 파도가 왔다!
여기서 기다려봐~ 어떻게 하는지 보여줄 테니까!"
시즈마 씨는 달리기 시작한다.
그림자 하나 없는 감벽(紺碧)의 바다에, 아무 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처럼.
내 다리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모래를 차고.
거품을 밟으며.
보트와 함께 파도 위에 올라탄다.
패들링
엎드린 채로, 여러 파도를 넘는다.
파도가, 몇번이고 시즈마씨의 뒷모습을 가린다.
넘을 때마다, 그 뒷모습을 보고 안도한다.
다음 순간, 커다란 힘이 몸을 밀어 올렸다.
큰 파도다.
양 팔로, 양 다리로, 있는 힘껏 흘려넘긴다.
테이크오프
억지로 힘만 밀어붙이지 않고
폭력도 아니다.
나는, 내 내면에 있는 파도를,
난생 처음 제대로 다룬 듯한 기분이 들었다.
큰 파도의 끝이 무너진다.
파란 원통 안을 우리들은 달렸다.
시즈마 "왜 따라온 거야!!?"
오오사키 "모르겠어요!"
시즈마 "그리고 왜 따라올 수 있는 거야!!?"
오오사키 "그것도 모르겠어요!"
달리는 도중 등 뒤의 파도가 무너진다.
중심을 기울여, 도망치는 속도를 높인다.
하지만 원통이 찌그러지면서.
우리들은 파도에 휩쓸렸다.
언제부터인지,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등 뒤에는 단단한 서핑보드의 부력이 있다.
옆에는 줄곧 시즈마 씨의 거친 숨소리가 있었다.
시즈마 "이렇게, 큰 파도, 처음 탔어..."
오오사키 "저도 그렇습니다."
시즈마 "그건 그렇겠지!?
서핑 자체가 처음이니까..."
그는 양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오오사키 "왜 우시는 건가요?"
시즈마 "그걸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오오사키 "이 정도의 파도에서는 헤엄칠 수 있습니다."
시즈마 "..."
오오사키 "쇼난에서 크는 아이들은, 바다에서 수영훈련을 받습니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하고 있다.
아무도 바다를 겁내거나 하지 않는다.
그 상냥함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즈마 "그럼, 걱정한 내가 바보 같아...?"
오오사키 "네."
시즈마 "난 정말 바보구나. 네가 바보라는 걸 잊고 있었다..."
드디어 그가 웃었다.
오오사키 "...하지만, 재능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당신에게 서핑을 가르쳐 준 누구보다는."
시즈마 "아하하. 질투하는 거야?"
오오사키 "이 보드도, 돌려드릴 생각 없으니까요."
시즈마 "그 사람은 그냥 친구야."
그는 상체를 일으킨다.
젖은 어깨 너머로, 나를 내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