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떠돌며 남의 집과 도로에 빌붙어 생활하기로 유명한 재프 렌프로라는 휴마 남자의 재산으로는 그의 몸과 애용하는 지포 라이터, 적절한 시기에 내용물이 아슬아슬하게 보충되는 시가 케이스, 애마로 여기는 람브레타 한 대, 채도 없는 상하의 몇 벌, 마지막으로 집이 있다.
집이란 개념은 넓은 의미에서는 고향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이 문장에 사용된 단어는 좁은 의미에서의 집을 의미한다.
집. 일정한 공간. 반드시 어떤 형식을 따를 필요는 없으니 나뭇잎을 엮어 만든 공간도 집으로 인정되기야 하겠지만, 그의 주소지에는 엄연히 콘크리트 건물이 존재한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삭막한 공간은 좁고 지저분했으며 이따금 모르는 누군가에게 침범당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재프 렌프로의 소유로 인정받았다. 계약서 상 그랬다.
그 공간의 주소와 소유자를 정확히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계약한 대리인뿐이었다. 존재 자체를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가는 길의 풍경 어렴풋이 기억하는 상태였다. 3미터 높이에 파란색 배경에 흰색 글씨의 간판이 달린 건물 우측, 성인 남자 두 명이 지나다닐 너비의 골목길을 시가 한 대 피울 정도로 걸어가면 보이는 건물의 다 낡아 밟을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는 철제 계단을 올라 비상문을 불법으로 개조한 철문을 열어 복도 맨 끝으로 가면 나오는 회색 문. 그런 식이었다. 주소는 깡그리 잊어버렸다. 물론 연 단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가는 길의 풍경은 죄다 뒤바뀌었으니 의미가 없겠지만, 재프는 그런 식으로 그의 집을 기억했다.
그 집은 물색부터 계약까지 모든 과정을 계약 대리인이 진행했다. 반강제로 사회에 필요한 신분이 없는 성인 남성의 보호자가 된 그는 그것이 재프에게 필요할 거라고 여겼으며, 당시의 숨가쁜 노숙 생활은 그간의 결여된 사회 경험에 기인한 불가피한 참상이었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개념의 문제든 경험의 문제든 재산의 문제든 간에. 하여간 당시의 재프 렌프로에게는 생활 상의 하자가 있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아주 많고 큰 하자가. 원인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그의 생활은 보호자의 눈에는 기막힌 참상이었음이 분명했다.
재프는 움직이는 것에만 애착을 가졌기 때문에 집이라는 비유동성 재산은 필요 없었다. 그런 연유로 나중에 얻게 된 이동 수단은 제법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지만, 어쨌거나 좁은 의미의 집이라는 것은 어떤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오는 건물처럼 발을 달아주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는 것이므로 객관적인 경제적 가치에 비해 내면의 가치 순위에서는 앞서 말했다시피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그 건물의 어느 한 부분이 자신의 집, 자신의 소유라는 사실만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유산이 막대한 빚과 그에 걸맞는 부동산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상속인처럼 생활이 달라지지 않아도 그런 풍파가 생겨났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남자는 그럭저럭 괜찮은 위치에 집을 사주었다. 월세 계약이 아니라 소유권 이전 계약이었다. 당연하지만 그런 대도시에서 렌탈이 아니라 정식 소유권 이전은 금전적으로 상당히 무리가 가는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재프는 그 집을 칭찬했다. 아무것도 없지는 않았다. 무난한 원룸인 새 집에는 새로 샀기에 깔끔할 수밖에 없는 저렴한 흰색 가구들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폐 안의 공기가 왔다갔다 하는 것이 좀 더 실감이 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정도로 실감할 수 없는 소유였다. 이 도시의 모든 안정은 언젠가 한순간에 파괴될지도 모르는 불안정을 가리는 눈속임이었다.
별로 쓸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 집은 너무 높았다. 단단한 도로와 가까운 길거리 생활이 여기에 있는 것보다 더 안정을 주었다. 이런 요인을 굳이 설명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입을 벌리며 옆을 돌아봤을 때 다시 입을 다물었다.
재프보다 8살이나 많다는 그 남자는 흔히 얼음을 다루는 매체 속의 술사에 비해 무뚝뚝하지는 않았다. 감정을 속이고 죽이는 것에 익숙한 사회적인 생물이었으며 보기보단 냉혈한이고 느껴지는 것보다는 따뜻했다.
그런데 그때 그는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그는 아무것도 아닌 보통 사람의 얼굴을 하고서, 진심으로 재프가 기뻐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는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 고백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장면에 편승한 관객처럼 재프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고 기뻐하고 싶어했다.
그게 재프 렌프로가 처음으로 본 스티븐 A. 스타페이즈의 솔직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재프는 그렇게 했다. 그렇게 그 작고 깔끔한 방을 재프 렌프로의 소유로 인정했다. 침대도, 옷장도, 개수대도…… 모두 그의 소유로 받아들였다.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
약속된 것처럼 그 남자는 기쁘게 웃었다.
다만 영화와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재프 렌프로는 그때 스티븐 A. 스타페이즈에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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