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눈높이에서 본다고 해도 같은 세상을 볼 수는 없는 법이다. 그 또한 세상 모든 일에 통달한 존재였지만, 석고상 같은 얼굴이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을 때면 이 남자가 지구에 속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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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언제나 같은 것을 시킨다. 새로운 것을 시키면 그 메뉴에 대한 정보를 새로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에 넣으면 사라질 것을 일일이 기억할 만큼 용량이 충분한 날은 없었다.
그럼 용량이 충분하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할 생각이 있어? 그런 질문을 받게 되어 고민해보았다. 답은 금방 나왔다. 아무래도 나는 즉흥적이지 못한 타입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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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느껴진 흙냄새로 곧 비가 내릴 것을 알 수 있었다. 땅 속에 만들어진 세상이라고 해도 기상 현상은 일어났다. 지난 번에 비가 내렸을 때는 흠뻑 젖은 채 신전에 도착한 모습을 본 테스카틀리포카로부터 꾸중을 들은 기억이 있다. 감기 같은 건 걸리지 않는 체질이라고 했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과연 지금 출발하여 비가 오기 전까지 신전에 이를 수 있을지 가늠하던 중 멀리서 천둥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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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메히코에 현대식 건물이 없는 이유는, 나름대로 동생을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다지 사이가 좋은 남매로 보이진 않았다만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그렇다면 동생이 없는 이곳에서는 얼마든지 현대식 건물을 만들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데이비트는 그런 생각을 하며 5성급… 아니지, 10성급 호텔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호화로운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건물에는 어떤 특수한 장치라도 되어 있는 것인지 꼭대기를 보려고 하면 그 위에 새로운 층이 생겨나 끝을 볼 수 없었다. 공간 왜곡이라도 일으키는 건가. 마치 어느 영국 드라마 속의 공중전화 부스 같다.
“자자, 빨리 들어가라고. 시간은 아껴 써야 하는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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