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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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독아나/ 겁쟁이와 겁쟁이

모든 이문대가 끝난 뒤의 카독 이야기

너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무섭지 않아? 언젠가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러자 너는 참 이상한 것을 묻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때까지도 나는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 확실한 것을 왜 무서워해야 하죠? 너는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사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릴없는 일상을 하나하나 기억할 정도로 나는 머리가 좋지는 못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한심한 노릇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시간이라는 걸 알았더라도 그렇게 흘려넘겼을까? 이제 와서 생각해봤자 소용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일상이 언제까지고 이어질 거라는 자만에 빠져 있던 걸지도 모른다. 내가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네가 황제가 되고,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는 미래만을 생각했다.

그 이문대에서 나는 계속 무언가에 쫓기듯이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해야 한다. 해내야만 한다. 실패는 용서받지 못한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언제나 겁에 질려 있었다. 그래서 그때 나는, 너를 정말이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너는 웃으며 그저 고집이 셀 뿐이라고 했지만 적어도 나는 진심이었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생각만큼 강인하지 못하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이라 해도 멋대로 지레짐작하며 무서워하고 포기하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단호하게 위협을 구분 짓는 너는 너무나 강한 사람이었다.

“나를 이런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도 당신이에요.”

이 이문대에서밖에 성립될 수 없는 존재. 그게 너였다. 내가 이문대에 발을 들임으로써 네가 태어났고, 네가 태어나면서 나에게는 역할이 생겼다. 내가 너의 존재를 증명한다면, 너 또한 내가 있을 곳을 증명해주었다. 그렇다면, 나에게서 네가 사라진다면? 그때도 나에게 가치는 남아 있는 걸까?

당신이 무서워하는 것은 고작 그런 것인가요? 먼 기억의 속의 네가 묻는다. 그렇다고 나는 대답한다. 그럼에도 나는 살아남고 말았다. 너를 잃고도 나는 여전히 숨 쉬고 있다. 도망치고 도망친 끝에 살아남은 겁쟁이. 그게 나였다.

“무서워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무서운 것이 많다는 것도 약하다는 뜻이 아니에요. 무언가에 겁을 먹는 것은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이니까요. 그 감성을 소중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두려워하는 것이 남아 있는 한, 당신은 더 강해질 수 있는 거니까.”

흐려져 가는 기억을 끊임없이 되짚는다. 너의 목소리를 잊지 않도록 붙든다. 영원히 얼어붙은 땅 위에서, 나는 몇 번이고 너의 기억으로 보이는 꿈을 꾸었다. 꿈속의 너는 언제나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저주를 퍼붓고 있었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럼 너도 무서워하는 게 있어?” 내가 그렇게 묻자 너는 눈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저 너머로 내가 전날 밤에도 보았던 과거의 잔상을 쫓고 있는 것 같았다. “죽는 건, 무서울지도.” 잠시 뒤, 평소처럼 우아하게 웃으며 돌아온 대답은 그런 것이었다.

아나스타샤, 나는 지금도 죽는 게 무서워. 아마 이 세상을 등지는 그 순간까지도 무서워하겠지. 그런데 하물며 두 번이나 죽는다니,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야.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네가 강하다고 생각해.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한들 너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 하지만 마지막까지 추하게 발버둥 치는 게 인간이잖아. 네가 그걸 알려주었으니까, 나도 마지막까지 힘내보려고 해. 머지않아 이 여행이 끝났을 때, 그때야말로 너에게 당당하게 웃어주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