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움 칼데아 크리스마스 휴가 주간 마지막 날의 0017시경, 노움 칼데아의 잡무 담당관(인류 최후의 마스터가 실수로 입에 담았다가 얼떨결에 반공식 명칭이 되어버렸다) 데이비트 젬 보이드는 연속근무 12시간 27분 18초만에 관제실에서 쫓겨났다.
데이비트 딴에는 도움을 준다고 한 일이었다. 크리스마스 휴가 주간에는 서번트들이 일제히 레이시프트를 동원해 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휴가 주간에도 관제실 근무자들은 연산 업무를 멈출 수 없다. 식당을 자기 영역으로 삼은 서번트란 대체로 인간이 굶는 것을 눈 뜨고 보지 못하는 부류들이므로 먹을 것은 쭉 부족하지 않게 공급되므로 식사를 핑계로 관제실을 탈출할 수도 없다. 그래서 데이비트만큼 강건하지 못한 평범한 마술사인 스탭들의 휴식을 돕고 싶어서 은근슬쩍 보조연산을 돕거나 은근슬쩍 사소한 잡무들을 받아오는 방식으로 관제실에 쭉 머무른 것이었는데, 집중수면용 포트(메이드 바이 레오나르도)에서 나온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관제실을 보러 왔다가 ‘동작 그만, 여기 정규 근무시간을 한참 넘긴 사람이 있다’며 데이비트를 관제실에서 쫓아냈다. 하여간 천재란 것들은 눈치가 빨라서 싫다고, 누가 들으면 네가 할 말이냐고 격렬하게 지적하고 싶어할 생각에 골몰하며 데이비트는 관제실을 나왔다. 관제실 안에서 스탭들이 시온의 어깨를 두드려주거나 엄지를 세우고 있었다. 다 빈치는 ‘너무 도움이 돼서 쫓아내질 못했는데 진짜 나이스한 난입이었어’라고도 했다. 데이비트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아주 조금.
노움 칼데아에서는 비상상황을 제외하고 직원들이 하루에 9시간 이상 연속으로 일하는 것을 금한다. 구 칼데아의 규정을 스톰 보더에 잔존한 스탭들의 상황에 맞춰 손본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일반인들한테나 해당되는 얘기다. 데이비트는 일반적인 마술사들에 비해 처리 가능한 정보량도 용량도 막대해서 오랫동안 정보처리업무를 해도 그리 피곤하지 않았다. 큰 연산기구의 일부가 되는 감각도 자신의 기능성을 실감할 수 있고 정해져 있는 목적에 충실하게 집중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든다. 크리스마스 휴가 주간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장식을 하고 노움 칼데아의 서번트들을 실체화해 두듯이, 평온의 위조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헌신이 필요한 법. 노움 칼데아에 마리스빌리 아니무스피어 다음으로 큰 시련을 부여했으며 48시간 연속으로 연산작업을 해도 아무 문제도 없는 남자를 거기 조금 더 써먹는 게 뭐가 나쁜가. 크리스마스 휴가 주간이 끝날 때까지 관제실에 눌러앉아 일만 하겠다는 계획을 방해당한 자의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쭉 이어졌다.
스톰 보더의 관제실과 전투구획, 주거구획을 잇는 통로의 복도에서 데이비트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백지화지구에서 밤낮의 차이는 크지 않다. 남극 칼데아 기지나 스톰 보더나 인원수의 차이는 있지만 적은 인원이 오랫동안 부대껴야 하는 건 매한가지였다. 갑갑해 보이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그러므로 두 장소는 창문은 크고 넓은 형태여야 한다는 설계철학을 공유하고 있었다. 데이비트는 복도의 넓은 창문으로 보더의 항행속도에 맞춰 천천히 지나가는 지면을 조용히 관찰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기서 보는 풍경의 색배합은 비슷하다는 블랙유머를 떠올린다.
‘뭐 하냐.’ 방금 식당으로 이어지는 방향의 문에서 나온 노움 칼데아의 서번트가 물었다. 저 서번트는 발소리를 내지 않는 게 습관이라 가까이 올 때까지도 그치가 거기 있다는 것을 못 알아채는 사람이 많다. 재규어 성분의 문제보다는 기척차단 스킬이 없는 것을 신경쓰고 있는 게 아닐까. 홀로 추론한 데이비트는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할 일이 없어져서.’
‘네가 웬일이야.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워커홀릭이었던 주제에.’ 서번트는 여전히 발소리를 내지 않고 다가왔다. 하지만 데이비트는 그가 보행하면서 발이 바닥에 닿을 때 바닥에 가해지는 무게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기척은 숨겨도 자신의 이름은 딱히 숨기지 않는 노움 칼데아의 왕관을 쓴 암살자가 자연스레 데이비트가 있는 풍경에 난입한다.
‘휴가였다고 들었는데.’ 데이비트는 살짝 뒷걸음질쳤다. 창밖의 풍경에 깊게 집중하지 않는 상태였지만 창밖에 시선을 붙박고, 테스카틀리포카와 간격을 2m 정도 벌린 채 걸음을 멈추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잠시 자기 발치와 데이비트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다가 겉옷 주머니에서 뭘 꺼내서 데이비트에게 던졌다. 크리스마스에 길거리 노점이나 마켓 플레이스에서 팔 법한 금속 배지였다. 붉은색과 녹색 잎사귀로 된 알록달록한 꽃.
테스카틀리포카는 창가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말했다. ‘그래. 휴가 선물이다. 서번트 일동이 휴가를 만끽하는 동안 관제실에서 업무에 지쳐 시들어가는 가련하고 착한 너희들을 닮은 쿠에틀락쇼치틀Cuetlaxochitl¹.’
‘설마 그걸 농담이랍시고 하는…?’
‘나는 언제나 진지해. 받기 싫으면 반납하던지.’
그렇지는 않았다. 데이비트는 안주머니에 받은 물건을 챙겨 넣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거 보라는 듯 웃기만 했다. 믹틀란에서 같은 행동을 했다면 아마 저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대로 다가와 남의 어깨가 자기 팔 받침대인 것처럼 굴며 웃을 수 없는 농담을 몇 마디 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테스카틀리포카는 믹틀란 땅과 데이비트의 마력 대신 스톰 보더의 전력과 식당에서 서번트가 만들어주는 식사를 먹고 산다. 노움 칼데아에 정식으로 소환된 그랜드 어쌔신과 죽을 생각이었는데 못 죽고 노움 칼데아의 포로가 되면서 잡무처리 담당으로 전락한 마술사 사이에는 이 정도 거리가 적절하다.
…그런 식으로 끝없이 떠오르는 상념을 멈추고, 데이비트는 본래 화제로 돌아갔다. ‘고맙게 받지. 그래도 역시 좀 빠르게 돌아오지 않았나?’
‘당연히 조기복귀지.’ 테스카틀리포카는 숨쉴 틈 내기가 쉽지 않은 노래를 하는 사람처럼 대답했다. ‘어차피 사라질 특이점이 아닌 보통의 과거로 레이시프트할 때는 그 땅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되잖아. 최근까지 살아남은 신령이라면 거의 다 아무것도 안 하고 버티는 거 잘 하는 편이다만, 엄청난 전쟁을 벌여줄 가능성이 있는 녀석들이 가득 있는데 아무 영향도 못 주는 건 진짜 재미없어 죽겠다고. 오래 있다가 사고라도 치면 시말서 분량만 늘어날 것 같아서 대충 밥이나 먹고 돌아오려고 했는데 말이다…’
자연스레 발언권을 탈취한 테스카틀리포카는 신령답게 교훈적이거나 비윤리적인 투덜거림을 곁들여 휴가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말하는 걸 좋아하고 한번 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즐겁게 얘기하고 있는 장본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데이비트는 테스카틀리포카가 휴가 동안 뭘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오늘 점심때쯤 복귀했고 데이비트는 그때 관제실에 있었기 때문이다.
테스카틀리포카는 재료수집 등의 주회에 자주 동원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당일을 맞이하고도 며칠이 지난 후에야 휴가를 냈고 바로 레이시프트 신청을 제출했다. 목적지는 인리소각도 인리표백도 아직 먼 미래 이야기였던 2014년 연말의 멕시코였다. 테스카틀리포카는 노움 칼데아에 소환되기 전에 데이비트랑 작당해 대형사고를 친 적이 있는 영령이라서 그의 존재증명은 당연히 다른 스탭이 맡았다. 데이비트는 노움 칼데아의 스탭들이 전체적으로 조금 얼빠진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안전을 위한 규칙만은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탄했다. 그리고 테스카틀리포카의 존재증명을 하고 있는 스탭이 피드백받는 데이터를 자신의 시야에 넣어두고, 테스카틀리포카의 생체반응과 위치데이터로 도출해낸 동선을 머릿속에 재구성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육안으로 관찰한 것 말고 전자기기로 수치화된 생체반응으로 타인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지 추론하는 경험은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데이비트는 그때 본 테스카틀리포카의 동선과 신체반응, 관제실과의 통신 로그에 실제로 테스카틀리포카가 겪은 일을 착착 대응시켜 나갔다. 데이비트 젬 보이드의 머릿속에서, 축제 분위기에 사로잡힌 고향땅을 별 목적의식 없이 돌아다니며 뭔가 먹거나 사거나 구경하거나 깊게 관여하면 안 돼서 입맛을 다시는 휴가 중인 그랜드 어쌔신이 천천히 재구성되어 나갔다. 사생활 침해라는 생각은 딱히 없다. 조금만 생각하면 당연히 알 수 있는 것을 사생활 침해라고 하면 안 된다.
30분 정도 혼자 떠들며 데이비트의 작업을 도와준 테스카틀리포카는 데이비트가 로비 자판기에서 뽑아와서 던져준 이온음료 페트병을 한 번에 비운 뒤 말했다. ‘그래서 어떠냐? 남의 서번트의 휴가를 통째로 훔쳐본 감상은.’
데이비트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굳이 말했지?’ 테스카틀리포카는 2미터 간격을 유지한 채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데이비트는 그로서는 드물게 어떤 어휘를 택해야 상태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지 오래 고민한 끝에 대답했다. ‘신이 다른 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주간에 고향에 가면 기분이 좀 그럴 것 같아서. 탐구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전에 네가 걱정됐어.’
전승과의 식객 생활도 몇 년이 지나 법적 성인이 되었을 때, 데이비트는 충동적으로 네바다의 자기 소유가 된 옛 집에 가본 적이 있었다. 집은 기억 속에서 보았던 익숙한 풍경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기억에 동반되었던 친근감도 그리운 기분도 편안함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데이비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1박 예정을 무르고 더 빠른 비행기표를 구해서 런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는 그 집을 찾지 않았다.
망향에 이끌려 찾아간 장소에 자신의 자리가 없는 것이 얼마나 덧없고 공허하게 느껴지는지 데이비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테스카틀리포카가 휴가지에서 꽤 즐겁게 지내는 것을 보면서도 쭉 생각했던 것이다. 저게 진심인지 인간 앞에서 얕보이는 것이 싫은 인격신의 허세인지.
그리고 테스카틀리포카는.
‘야, 그, 잠깐만.’
진심으로 허를 찔린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너 혹시. 내가 그 녀석을 싫어하거나 꺼린다고 생각하냐?’
데이비트는 아마 테스카틀리포카와 비슷한 심정으로(표정은 평소 그대로였다) 대답했다. ‘다른 신에게 신도를 빼앗기는 건 싫은 게 당연하지 않나?’
테스카틀리포카는 거짓말하는 기색 없이 대답했다. ‘아니, 아니지. 전혀 달라.’
데이비트는 아연해졌다. 테스카틀리포카는 난감한 기색으로 시선을 둘 곳을 찾다가 결국 데이비트를 보며 대답했다. ‘들어 봐. 그 녀석을 믿는 녀석들이 우리 땅을 침략했고, 그래서 그 녀석의 신앙이 우리 땅에 퍼져나간 건 맞는데. 신앙받는 우리 입장에선 좀 더 복잡해. 우리들의 자리를 그 녀석이 대체해서 우리가 쫓겨난 게 아니라, 우리랑 그 녀석이 영향을 이래저래 주고받았거든. 우리 제례가 그 녀석 제례에 가거나, 그 녀석을 묘사하는 수식어구가 내 것이 되거나.’
그러고 보면 어릴 때 교회에 다니면서 '전능하다'는 단어를 처음 배웠던 것 같다. 그게 이 녀석에게 간 건가. 데이비트는 지구 백지화가 무사히 해결된다면 시계탑 전승과에 찾아가 전승과의 신입 모두가 전공기초로 듣는 철저하게 마술세계 스타일로 해석된 각국의 신화 과목의 미비함에 대한 피드백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다른 대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감정적인데 자기자신 이야기를 하면 무감정해지는 특유의 기묘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너희는 우리가 신앙을 탐낸다고 착각하기 십상인데, 인간 시대의 신앙은 우리 것이 아니게 되었어. 인간에게 신의 이름은 비교적 아무래도 좋은 것이더군. 그저 자기들이 내키는 대로 취사선택해서 즐기고 의지하고 신 탓으로 돌릴 수 있으면 족하지. 그리고 난 예전부터 그런 일 하던 신이라서.’
이 얼마나 실존하는 명계를 관장하는 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시니컬한 결론인가. 데이비트는 그답지 않게 조건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런가.’
‘그래. 네가 걱정하는 것처럼 기껏 휴가까지 내서 찾아간 고향 사람들이 다른 신을 섬기는 걸 보고 상처받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는 얘기야.’
‘…….’
다행이다, 라고 말해야 하는데.
굉장한 바보짓을 해버렸다. 자신의 인식능력도, 한 발 앞서서 배려할 수 있는 눈도 아직 경험이 부족하니 더 노력하라고, 이제 자기 서번트조차 아닌 예전에 함께 일한 적이 있을 뿐인 타인의 서번트를 멋대로 배려했다가 역으로 배려를 받았다. 그게 못 견디게 부끄러웠다. 테스카틀리포카는 한 번도 동정할 만한 처지였던 적이 없는데, 자신이 멋대로 그를 가련하게 생각한 것 같아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네가, 이제는 내가 시시콜콜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노움 칼데아의 서번트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리고 말이야. 난 그 녀석 꽤 좋아한다고.’
그 상념을 흙발로 밟듯 테스카틀리포카가 다시 끼어들었다.
‘어?’
‘아니, 생각해 봐라. 스스로 노력해서 바꿀 수 없는 요인으로 남을 차별하지 말자던가, 사회에서 멸시당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고 도와주자던가, 쓸데없는 싸움 좀 하지 말자고 설득하려고 온 세상에 싸움을 걸었다고. 엄청난 전사 아니냐. 물론 걘 그래서 나 싫어하겠지만 말이야…’
‘…….’
믹틀란 시절 데이비트는 전사 이야기를 하는 테스카틀리포카를 기억에 여러 번 남겨두었다. 방해하기 미안할 정도로 즐거워 보였고, 기록해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이비트는 깨달았다. 그 당시의 테스카틀리포카가 자신이라는 전사에게 제일 열광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그걸 깨닫는 게 너무 늦었다는 사실. 데이비트는 자연스레 노움 칼데아의 그랜드 어쌔신과 잡무담당의 적정 거리를 생각했다. 그런 걸 정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도 생각했다.
데이비트는 충동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 새 조용해진 테스카틀리포카의 앞에 서서, 안주머니에서 방금 받은 물건을 꺼냈다. 쿠에틀락쇼치틀. 노체 부에나nochebuena. 경건한 소녀 페피타가 나자렛의 블루칼라 혁명가의 생일 선물로 바쳤다는 꽃.
‘챙겨준 건 고맙다. 하지만 돌려주지.’
‘어째서?’
‘나쁜 짓을 하고 싶어졌으니까.’
‘풋.’
‘솔직히, 네가 신이라면 산타클로스보다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을 맺은 데이비트는 테스카틀리포카에게 잘 보이는 각도로 금속 배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금속성 파열음이 대부분의 스태프나 서번트들이 자기들끼리 모이는 바람에 비어 있는 스톰 보더 복도를 울렸다. 그래도 언제 누가 올지 알 수 없는 공용 공간에서, 데이비트는 눈앞의 서번트의 허리를 잡고 끌어안았다. 숨결이 느껴질 만큼 밀착해도 노움 칼데아의 서번트는 딱히 저항하지 않는다. 데이비트는 자기 것이 아닌 서번트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 숨을 들이마셨다.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에 자신이 그것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담뱃재와 초연과 밤에 부는 바람의 냄새.
‘누가 올 거다.’ 테스카틀리포카가 남 일처럼 말했다. ‘알아.’ 테스카틀리포카의 자신보다 약간 낮은 체온을 느끼면서, 데이비트는 관제실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한 노움 칼데아의 스탭들을 생각했다. 테스카틀리포카가 휴가처에서 요청한 기한보다 빠르게 복귀했을 때 자신을 곁눈질하던 스탭들의 모습이나, 스탭 몇이 단말의 메신저 앱을 오랫동안 조작한 뒤에 아주 타이밍 좋게 돌아와 자신을 내쫓던 시온 소카리스를 생각했다. 남들이 다 알고 등을 떠미는 것을 나쁜 짓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걸까. 데이비트는 홀로 고민해보았다.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계속하고 싶었다. 내 것을 걱정하고 손을 뻗는 감각은 각별했다. 그리고, 내 것이었던 적이 있는 남의 것을 멋대로 걱정하고 손을 뻗는 감각은 그것대로 달콤하다. 지금 자신에게 안겨 있는 남의 서번트 덕분에 알게 되었다.
데이비트가 속삭였다. ‘내 방에 가자.’ 테스카틀리포카는 휘파람을 불었다. 데이비트는 조바심으로 고개를 들고 물었다. ‘싫어?’
‘아니.’ 테스카틀리포카는 옅게 웃고 대답했다. ‘크리스마스는 이미 지났는데, 꽤 크리스마스다운 전개 같아서.’
데이비트는 그제야 웃었다. 그리고 남의 서번트를 데리고 묵을 방을 찾느라 고민할 필요는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¹cuetlaxochitl = nochebuena = poinsettia
cuetlaxochitl은 '시들어가는 꽃' 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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