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테스. 본편의 데이비트가 테스카틀리포카의 식탐(중의적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이야기.
사랑 없는 마력공급과 사춘기 청소년 같은 데이비트와 유혹을 관장하지만 욕망이 강하진 않은 테스카틀리포카가 등장합니다. 데이비트의 심장 갯수에 대한 뇌내설정 이야기가 나옵니다. 에로 묘사는 없습니다.
데이테스 원드로원라이 @Dt_od_ow 참가작입니다. 주제 '한창 먹을 때食べ盛り'를 빌렸습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인간이 먹는 음식에 세계를 구성하는 데이터로서의 흥미 이상으로 탐닉하지 않지만 식탐이 심하다. 이 두 사실은 양립이 가능하다. 현재의 테스카틀리포카는 신체의 조성은 인류종이지만 육체를 아낌없이 낭비해서 육체의 만듦새가 굉장히 성겨졌기 때문에 인류종과 같은 방식의 자원 섭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나 혹은 믹틀란의 다른 생물들이 식사를 할 때는 아무것도 안 먹고 곁에서 물만 마시거나 마음 내키는 대로 수다를 떨 뿐이지만, 시계탑 시대의 지인들이 침을 흘릴 만한 리소스 혹은 테스카틀리포카가 보기에 가치 있는 무언가가 보이면 한창 먹을 때의 어린애들처럼 이런 말을 남발하며 달라붙는 것이었다.
“한 입만.”
현시점에 나 혼자만의 힘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 안에서 지성이 남아있는 디노스를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테스카틀리포카를 데리고 디노스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탐구심을 채우던 디노스를 쫓아간 날이었다. 나와 테스카틀리포카가 관통의 개념을 부여하고 착탄했을 때 추가적인 피해(신체조직 재생의 방해, 통상보다 심한 고통 등등의)를 입히게끔 가공한 총과 총알로도 디노스의 외피를 뚫는 건 쉽지 않았다. 결국 전투형태로 변형한 테스카틀리포카가 함께 덤벼서야 해결이 됐다.
그때 디노스의 심장을 손상 없이 적출하는 작업을 나름대로 잘 해낸 뒤 혼자 뿌듯해하는 중이던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오셀로틀의 전투력 상승이 내 생각보다 더뎌서 이 정도로 선도가 높은 심장을 낭비하면 안 된다.”
“그거야 나도 알지. 그러니까 한 입만 달라는 거잖아.”
“나잇값 좀 해라.”
“네가 서번트를 막 부리니까 내가 이러는 거지. 결국 이번엔 나 없었으면 더 번거로워졌을 텐데 그럼 추가보상이 필요하단 생각 안 하냐? 나도 꽤 지쳤거든?”
테스카틀리포카가 한쪽 눈을 찡긋했다. 온몸에 방금 절명한 디노스의 체액이나 피가 튀었고 전신을 윤기가 나는 재질의 바디수트로 덮은 전투형태라서 의도와는 달리 그리 사랑스럽게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이 정도로 큰 생체파츠에 보존마술을 걸 때 술식을 어느 정도로 변형해야 하는지 가늠하면서 거절하는 말을 했다.
“이 녀석이 근성 있는 전사라 그런 거 다 안다.”
“너같이 눈치 빠른 녀석, 원래는 좋아하는데 이럴 땐 좀 싫어.”
그 디노스는 디노스치고 꽤 투쟁본능이 있는 개체라서 나와 테스카틀리포카에게 쫓길 때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저항을 했었다. 덕분에 나는 팔이 부러질 뻔했고 테스카틀리포카는 한 번 10m 정도 날아가 인류종의 몸에서 나면 안 되는 소리를 내며 나무에 부딪혔지만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때부터 테스카틀리포카가 저 디노스의 심장을 탐내는 건 아닐까 우려하고 있었는데 진짜로 그렇게 되어 버렸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대답했다.
“네 취향은 알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 타임리밋 1년에 맞춰서 오르트를 깨우려면 이걸로도 부족해.”
“어차피 인류종이 한 입 먹은 정도면 티도 안 날걸. 너도 알면서 그래.”
대답이 궁해졌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고 거절하기도 난감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믹틀란의 다른 생물에게는 저런 짓 하지 않았다. 상대를 봐 가면서 떼를 썼다. 처음 소환됐을 때 내게 시련을 주겠다고 말하기에 진지한 방향의 각오는 많이 해뒀는데 저런 이상한 방식으로 소화하는 건 예상을 못 해서 그즈음의 나는 자꾸 곤란해지곤 했었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테스카틀리포카가 별안간 몸을 밀착해왔다. 마술적인 보호술식이 몇 개나 걸려있는 바디수트 밑으로 느껴지는 육체의 굴곡. 턱 아래까지 옷감으로 덮어 보호하고 있지만 신체의 라인은 전혀 숨겨지지 않는 모습으로, 나는 너희들이 어떤 제스처와 행동을 매혹적이라고 느끼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듯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 얼굴.
“뭐 나는 간만에 날뛰어서 배고파졌을 뿐이니까, 네가 정 나눠주기 싫다면 다른 방식도 괜찮은데.”
테스카틀리포카는 오래된 신성답게 야외에서 남부끄러울 만한 짓을 하는 데 아무 거리낌도 없었지만 나는 근방에 보는 눈이 없어도 밖에서 그런 걸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지구와 반경 140억광년 내에 살고 있는 지성체들의 사생활을 숨쉬듯 훔쳐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테스카틀리포카가 평했었는데 맞는 말 같다.
테스카틀리포카가 내 허벅지를 아직 피가 묻어있는 손으로 느리게 훑었다. 되도록 매몰차지 않은 움직임으로 손을 떼내면서 말했다.
“안 해.”
“칫.”
“됐다. 한 입만 먹어.”
보존술식을 걸지 않은 심장을 테스카틀리포카에게 내밀었다. 고동이야 당연히 잦아든 상태였지만 심장이 머금었던 피가 울컥울컥 쏟아지고 있었다. 물론 테스카틀리포카는 그런 걸 신경 쓰는 존재가 아니므로 얼굴이 더러워져도 개의치 않는 동작으로 근육과 혈관과 마술회로와 이 땅의 환상종들에게는 개념적인 리소스로 작용하는 육체조직을 입을 벌려 베어 물었다.
“…….”
테스카틀리포카는 언제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행동했다. 본인에게 확인받은 적은 없다. 그래도 내가 그 때까지 테스카틀리포카를 관찰한 바에 의하면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신체조직을 물어뜯어 작은 덩어리로 분리하고 무른 살덩어리를 씹어서 넘기고 입가로 흘러내린 피를 긴 혀로 핥아내고 혀가 닿지 않는 곳은 손등으로 닦아내는 프로세스 하나하나를 내 눈을 보며 행하는 테스카틀리포카를 본다. 시계탑 시절 마술과 관련 없는 서적에서 흡혈귀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성행위의 은유에 호러를 약간 첨가해서 성적 긴장감을 조성한 관능문학이라는 이야기를 읽었던 적이 있다. 지구산 인류종의 행동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기억해 두었는데 그날은 자꾸 그게 생각났다. 테스카틀리포카는 인류종이 아닌데도.
테스카틀리포카의 잇자국이 남은 보존조치를 완료한 심장을 백팩에 챙겨 넣은 뒤 잔소리를 했다.
“별 쓸모도 없는 곳에 네 미덕을 발휘하지 마.”
“블랙유머가 꽤 늘었구나.”
잘 받아칠 자신이 없어서 대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조금 전의 언동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깔끔한 동작으로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 몸을 일으킨 뒤 길게 하품을 했다.
그 즈음의 나는 테스카틀리포카가 내 반응을 보고 거기 맞춰서 행동하는 것을 넘어 내 요망에 부응하고 있는 게 아닐까 추론하는 데 여유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나는 낭비할 때는 아낌없이 낭비하지만 평소에는 근검절약하는 성향이라고 공언하고 다녔는데 그래서 테스카틀리포카의 리소스 부족을 아주 원시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나는 지구에서 태어난 인류종은 아니지만 육체라는 하드웨어의 구성은 인류종과 별다를 것이 없으므로 육체적으로 자극하면 나도 평범하게 흥분하고 이래저래 신경쓰게 된다. 그러니 인간종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데 능한 테스카틀리포카는 내가 자길 보면 일차원적인 욕망을 자극당한 인간 사춘기 청소년처럼 반응하니까, 본인이 리소스를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 내 요망에 맞춰주고 있을 뿐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다.
물론 본인에게 확인할 일은 없으니 추론에 불과했고 내 목적과 관련 없는 일이었으므로 그리 중요한 사색거리도 아니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내 요망에 부응하고 있기 때문에 리소스 부족에 시달리는 상태이며 나는 그걸 채워줘야 한다. 믹틀란에서 이것은 사실이자 진실이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불변한다. 그러니까 이 잡상은 ‘테스카틀리포카는 식탐이 심하다’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나는 그 화제에 대한 사고를 거기서 멈추고 백팩을 잘 들쳐맨 뒤 말했다.
“귀환하자. 생각할 게 있으니까 이동 부탁한다.”
“먹게 해줬으니 밥값은 하라는 거냐? 야박하긴.”
그래도 테스카틀리포카는 나를 등 뒤에 업은 채 잘도 달렸다. 메히코시티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다.
*
“네가 나한테 이상한 제안 많이 하긴 했는데 솔직히 이건 진짜로 제정신 아닌 것 같아.”
“칭찬인가?”
“됐다. 말을 말자.”
아침식사 시간에 ‘칼데아가 믹틀란에 침입하면 네게 부탁할 게 좀 있는데’ 로 시작된 데이비트와의 대화가 ‘다른 별의 신’의 심장을 빼돌려온 뒤 데이비트의 몸에 이식해서 심장이 몸 밖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자는, 등장인물들이 진지한 방식으로 토론한 끝에 뭔가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결론을 내는 방식으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 같은 결론에 도달했을 때쯤에는 점심때가 다 되어 있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결론은 났고 나는 데이비트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지금까지 관측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친절하게 조언을 했다.
“걔 생체유닛이지만 출력을 생각하면 생체기관보다는 노심에 가까운 구조일 가능성도 있어. 그 경우 출력 조절 잘 해라. 그걸로 들킬 수도 있어.”
“괜찮다. 그건 내가 이 별에 온 해에 끝냈으니까.”
뿌듯한 표정이었다. 칭찬을 해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만두고 당면한 과제에 대한 상념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이 별의 최고통치자를 자칭하며 나타난 ‘다른 별의 신’은 현재 데이비트와 구면인 인간의 데이터를 유용한 인간형 생체유닛을 사용하는 상태고 데이비트보다 크기가 작고 데이비트가 자기 감각으로 제대로 ‘심장’의 형태라고 확인해 줬으니까 장기의 물리적인 분량 문제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그게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느냐 쪽이다. 같은 인간형 지성체 기반이어도 재구성 방식이나 설계방향성부터가 다르니까 출력이 오르는 거랑 별개로 육체의 기대수명이 줄어드는 건 각오해야 하겠지만,
“심장, 네게 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갑자기 데이비트가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반응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예전이면 몰라도 그 아가씨는 나랑 설계 테마가 다른 개체라서 줘도 별로 쓸모도 없고, 출력이 높을 뿐 개념적으로 잘 안 맞아서 나랑은 궁합이 안 맞을걸. 차라리 마야한테 양도하면 수명을 다할 태양 대신으로 유용하게 쓸 거야. 잘하면 전정을 피할 수도 있을지도 몰라.”
“그거 말고.”
“?”
데이비트는 주먹을 쥔 오른손으로 자기 왼쪽 가슴을 툭 건드렸다. 남들은 알아채기 힘들겠지만 불만을 느낄 때 짓는 표정이다. 아차. 나는 마음속으로만 스스로의 머리를 한 대 때렸다. 당면한 과제에 골몰해서 인간도 잘 하지 않을 오판을 했다. 인간형 지성체 특유의 다차원적이지 않은 사고에 익숙해진 영향일 것이다. 뒤늦게 달래는 말을 했다.
“그 녀석 생체신호 보고 듣잖아. 살아있는 생물 수는 전과 똑같이 유지되는데 심장박동이 하나 줄어들면 탄로날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괜찮다. 애초에 그런 거 받자고 너랑 같이 일하기로 한 것도 아니야.”
“내 심장은 탐나지 않나?”
“하?”
데이비트 본인은 정말 심통이 난 표정이었다. 확실히 여기 온 뒤로 리소스 하나가 간절한 상황이라 좀 근검절약하면서 살기는 했다. 내 눈에 차는 전사가 죽었을 경우 심장을 탐낸 적도 많고 데이비트 본인한테도 신세를 많이 졌다. 데이비트는 그 본인이 자각하는 것보다 인류종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인격체이기 때문에 마력공급 관계로 한 섹스로도 죄책감을 꽤 크게 느꼈다. 인격을 구성할 때 큰 영향을 받은 인간이 가지고 있던 ‘선한 일을 한다’ 는 테마에 크게 구애되는 영향 같았다. 저 녀석이 내게 개인 대 개인으로서의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생물로서 당연한 욕망을 싫은 거라고 생각하면 행동하기 힘들어지는 건 내 쪽이다. 그래서 뭐,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써 줬다. 저쪽이나 이쪽이나 윈윈이니까.
…하지만 인류종으로 살아온 젊은 인격체는 내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고 이상한 요인에 휘둘리는 모양이었다. 지구에 꽤 오래 살았고 인간에 대한 데이터도 많이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부족하다. 정말이지 배움에는 끝이 없다. 되도록 여상스러운 말투로 되물었다.
“내가 네 심장을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는 게 싫으냐?”
“잘 모르겠다. 하지만 듣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
“나야 물론 준다면 좋지. 너는 내 동향 녀석들도 내 취향 거르고 봐도 괜찮은 전사라고 평할 녀석이고, 계약한 마스터의 심장이면 나한테는 꽤 크게 도움이 될 거고. 그래도 그거 때문에 네 심장을 받기라도 하면 일 다 그르치잖아. 나는 그런 걸로 일 망치는 신 아니야.”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 싫은 게 맞는 것 같아.”
“…….”
일어나서 데이비트의 옆에 앉았다. 데이비트가 왼쪽 가슴 위에 얹어둔 오른손을 내 손으로 감쌌다. 데이비트의 육체는 내가 지금 쓰는 육체에 비해 조금 체온이 높아서 이렇게 접촉하고 있으면 체온을 이쪽으로 빼앗아오는 느낌이 든다. 데이비트가 혼자서 말한다.
“네가 딱히 식탐이 심한 것도 아니고 욕망이 강한 개체도 아닌데도 나를 신경 써 준 것, 알고 있다.”
“야, 나 소싯적에 이것저것 많이 하고 다녔어. 그게 내 욕망이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하는데?”
“모르지. 그냥 내가 그렇게 느낀 것뿐이니까.”
“나를 멋대로 넘겨짚는 거냐?”
“신은 원래 그런 존재잖아. 그러니까 진상을 밝힐 필요는 없어. 아니, 솔직히 말하면 별로 듣고 싶지 않다.”
맞는 말이다. 영령의 좌에 간 뒤로는 더 그렇다. 데이비트는 주먹 쥐었던 손바닥을 펴 내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손을 깍지 껴 쥐었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천천히 굽혀 내 손가락 사이로 끼워넣는 동작에서 내 동작을 흉내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억한 건지 추론한 건지 구분이 안 된다.
데이비트가 말했다.
“어쨌든, 그럴 것 같다고 유추하기는 했지만…이 제안을 할 때 네가 쓸모없어질지도 모르는 내 심장을 달라고 말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랬냐.”
“실제로 네가 어떤 생각을 해왔는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네가 식탐을 부린다고 생각하면서 꽤 즐거웠어. 네가 나를 욕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아쉽지만, 네가 지금까지 나를 위해 신경 써준 건 고맙게 생각한다.”
데이비트는 내 얼굴 대신 손을 보면서 말했다. 조용히 상호간에 양해된 상태였던 욕망을 입 밖으로 내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내가 이런 식의 사고를 하는 것이야말로 데이비트에게는 별로 반기고 싶지 않은 사실이겠지만, 그건 이제 와서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대가 인간이건 신이건, 타인의 마음과 욕망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데이비트가 내 손을 놓아주었기 때문에 뭔가 자연스럽고 깔끔한 끝맺는 말을 고민하던 도중, 그대로 소파에 밀려서 쓰러졌다.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데이비트는 다행히 좀 전에 비해 미간의 주름이 꽤 많이 줄어든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그거랑 별개로 과한 요구사항을 억지로 밀어붙였으니까. 선불이다.”
“저기 말이다, 성행위에는 다양한 동기가 있잖아. 그러니까 이런 경우 ‘상을 주지’ 랑 ‘벌을 주지’ 는 사실상 같은 의미인데…”
“마음대로 생각해. 그리고 앞으로의 응대방식 말인데, 나는 네가 유혹적으로 구는 게 마음에 드니까 쭉 그쪽으로 부탁한다.”
“야.”
뭔가 후련한 표정을 짓는 데이비트와 함께 배를 채우는 동안 머릿속 한켠에서 인류종의 심장에서 한 입만 먹고 돌려놓아도 제일 리스크가 낮은 부위가 어디일까 고찰해 보았다. 결과는 ‘역시 무리’ 였으므로 데이비트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행위 이후의 데이비트는 꽤 후련해 보였던 걸 보면 이미 읽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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